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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부모의 자식들' 말콤 코브스 著 -책으로 본 역대 집권자 자녀들의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번주 시작된 한보청문회의'현철씨편'이 25일로 잡혀 있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법정에 서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제잡지'포브스'를 창립한 말콤 코브스가 쓴'잘난 부모의 자식들'(동연刊)에는 정치가.왕들의 자녀문제에 관한 갖은 사연이 나온다.

영국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대표적 실패사례.정치력은 뛰어났지만 아버지로는'낙제점'이었다.

아버지 후광을 업고 정치에 뛰어들려는 아들을 말렸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자만해진 아들은 24세 이후 15년동안 여섯번이나 의회에 도전,낙선만 거듭하다 폭음에 따른 간경변으로 최후를 맞는다.

미국 통일을 이룬 에이브러햄 링컨의 장남 로버트는 대조적이다.1865년 링컨이 암살되자 대통령에 출마하라는 주변의 강한 요구에“저는 대통령이 뒤에서 흘려야 했던 많은 눈물을 보았습니다.대통령 자리는 휘황찬란한 감옥일 뿐입니다”고 답한다.

미국독립을 이끈 벤저민 프랭클린은 영국의 스파이가 된 아들을 감옥에 보냈고,15세기 이탈리아의 교황 알렉산드르 6세의 아들 체자레는 환락과 권력의 단맛을 만끽하다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대중국의 고사.격언을 망라한'설원'(동문선)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많다.다르다면 친족의 잘못을 경계하는 교훈적 요소가 강하다는 점.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의 대부 조간자(趙簡子)는 어릴적부터 아들에게 어떤 모욕도 참아야 한다고 가르쳤고,초나라 재상 자문(子文)은 친족의 잘못을 엄벌에 처했다고 전한다.

제나라 환공(桓公)은 권세를 팔아 사익(私益)을 구하는 가족을 사당집에 숨은 쥐에 비유했다.쥐를 쫓으려해도 사당이 훼손될 우려 때문에 물도 불도 쓰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만계 일본작가 진순신은'중국걸물전'(서울출판미디어)에서 조조의 자녀교육을 칭찬한다.아들 조비에게 공평무사한 법가(法家)사상을 철저히 가르치며 삼국통일의 초석을 닦았다고 지적한다.

인도를 독립시킨 네루는 옥중에서'세계사 편력'(일빛)이란 장문의 편지를 쓰며 그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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