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방송 진출 가능한 일본 “방송은 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에선 방송이 철저한 경제 논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방송은 공공성이 큰 영역이지만, 디지털 등 기술혁신으로 전파의 희소성과 정보 전달의 제약성이 상당히 해소되는 등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에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외국인도 가능하지만, 지분 보유율이 20% 이하로 제한돼 있다. 주요 방송사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누구든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이런 언론 환경 때문에 일본의 주요 신문사들은 지분 제휴나 자회사 형태로 방송사를 겸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 민간기업들의 모임인 게이단렌(經團連)은 2001년에 낸 ‘향후 미디어 제도의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방송 발전 방향을 제안하면서 방송의 산업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개별 업태를 뛰어넘은 사업체가 등장하고, 방통 융합으로 고용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 발달과 수요에 맞춰 방송의 산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유일한 공영방송인 NHK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만큼 공영방송의 의무와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이단렌의 제안은 21세기 일본 방송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본 틀이 됐다. 방통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인터넷TV (IPTV) 방송은 이미 궤도에 올랐다. 2011년에는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 등 방송은 첨단 산업 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기업체들의 방송 시장 진출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대형 민방인 TBS는 대형 인터넷 업체인 라쿠텐(樂天)과 치열한 인수합병(M&A) 공방을 벌이고 있다.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사장은 “라쿠텐의 인터넷 기술과 방송을 융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현재 15.7%인 TBS 지분을 10년 내 20% 이상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