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으면 회사에 분풀이- 미국 직장인 48% 불친절.절도등 害社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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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근로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스트레스를 많이 줄 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갈 뿐이다.”

USA 투데이 주말판(4~6일자)1면 커버스토리를 읽은 기업체 회장들은 간부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릴 지도 모르겠다.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받는 압박감 때문에 회사에서 몰래 비윤리적.불법적인 행위들을 다반사로 저지른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미 윤리공무원위원회와 생명보험.재정컨설턴트 협회가 최근 각 기업체 일반 직원및 간부 1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8%가 스트레스로 인해 이런 저런 해사(害社)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중 56%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해코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는데,이런 충동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말단이나 중역보다 중간 관리자층에서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코지 행위로는 품질관리 대충대충 하기,아프다고 둘러대고 출근 안하기,사건.사고 덮어두기등이 주종을 이룬다.회사물건 슬쩍하기,사내기밀 누설,고객들에게 거짓말하기,허위 경비신청,단골고객 사례품 가로채기등도 들어 있다.

이런 분풀이가 가져오는 피해는 엄청나다.회사물건 슬쩍하는 것 정도는 별게 아닌 것 같지만 피해액을 다 합치면 연간 1천2백억달러(근로자 심사.선발회사인 '가즈마크'추정)에 이른다.

소매상의 경우 종업원에 의한 절도피해가 쇼핑객이나 좀도둑들이 집어가는 것보다 크다고 플로리다대 조사팀은 말한다.패스트푸드점 종업원 1명이 연간 집어가는 현금이나 물품이 2백39달러(맥그로힐/런던하우스 조사)에 달한다.

비윤리적.불법적 행위의 원인은 탐욕이나 습관이라기 보다 스트레스 때문으로 나타났다.

직장 일과 가정 일의 조화가 어렵고 근무시간이 길며,판매.이익목표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자기업적 평가에 대한 불만등이 이런 엉뚱한 돌출행위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직종별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광고.마케팅등에서 윤리적 일탈(逸脫)이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전체의 2.4%,중역의 3.2%가 직장에서의 중압감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변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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