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영화>내일을 향해 쏴라 MBC 밤10시 35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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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부 갱스터들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20세기초.야외에 소풍을 가듯 스스럼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신화적인 두 갱스터들.당시 사회를 조롱하는 듯한'나쁜 짓'들이 진행됨에 따라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범인들을 동정하게 된다.

그들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마치 TV코미디 시리즈의 주인공처럼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겉으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냉정하고 치밀한 프로페셔널 무법자들의 전형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서부영화라는 배경 요소와 상관없

이 시공을 초월해 영화팬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걸작이다.

69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창작 시나리오가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금수송열차를 털려다 함정에 빠져 체포될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이들이 선택한 곳은 엉뚱하게도 볼리비아.잦은 쿠데타와 폭동으로 혼란한 틈을 타 한 몫 잡으려는 두 갱스터의 마지막 무대가 된다.

장렬한 최후를 선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너무 멋지게 보여 한국과 일본에서 개봉될때 특이한 번안 제목이 채택됐다.'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인식하는 주인공들은 부조리하고 헛된 현실에 총질을 해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유명한 주제곡'빗방울은 내 머리 위에 떨어지고'가 흐르는 가운데 폴 뉴먼이 캐서린 로스와 자전거를 타며 노니는 모습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범인들의 불안한 심리와는 전혀 딴판인 낙천적인 성격을 시사한다.

또 이 영화로 최고 스타에 등극하며 큰 돈을 벌게 된 로버트 레드퍼드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독립영화의 메카'선댄스 영화제'를 창설하기도 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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