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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학생과외, 양성화냐 규제냐 - 사교육 현실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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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과외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교육개혁위원회가 최근 자율화와 규제안을 놓고 공청회를 가진데 이어 신한국당에서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추진중이다.과외에 대해서는 공교육 환경과 대학입시등 현실 여건에 비

추어 양성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어떤 식이든 규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다.양쪽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국민총생산(GNP)의 6%를 넘고 있으며 공교육비를 포함하면 총교육비는 GNP의 11%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과도한 사교육비는 가계에 무거운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더구나 막대한 국가자원을 교육에 투입하고 있지만 교육성과는 매우 낮아 교육투자의 낭비가 심하다.

사교육은 교육수요자인 학생.학부모와 교육공급자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그러나 사교육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 사교육과 공교육의 역할분담이 부적절해 사회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적절한 대책은 불가피하다.

재학생의 과외문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전면금지와 전면허용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되고 있으며,이 양 극단 사이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전면금지 방안은 명분은 좋지만 과외교육의 절반 이상이 개인의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반면 무제한적인 과외교육 허용은 과외교육의 폭발적 증가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사교육에 의한 공교육 기반 침식을 가속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명분보다는 금지가 어려운 과외를 양성화해 철저하게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사실 과외의 전면허용이 아닌 양성화조차도 과외교육을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그러나 이는 무리한 금지로 과외교육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따른

부작용을 제거하는데 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볼 수도 있다.

과외의 양성화와 관리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그것은 대학의 학생선발이 학생보다는 대학의 부담이 가장 작은 시험성적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부실한 교육내용이 학생들을 과

외시장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교육환경,학급당 학생수,교과과정의 다양성과 운영의 신축성등 여러 면에서 사교육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공교육이 부실해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번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따라서 과외문제를 근본

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외교육에 대한 규제와 억압보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부실은 교육투자 빈곤 외에 학교교육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도 원인이 있다.초.중등 학교교육에 대한 규제는 전국의 학교에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역 여건이나 학생의 교육적 수요에 충실한 교

육이 불가능하며 사교육 시장이 번창할 공간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사교육 시장도 자율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그러나 사교육 시장 자유화는 공교육에 대한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 간섭의 제거와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공교육의 손발은 각종 규제로 묶어 놓고 사교육만 자유롭게 뛰게

한다면 공교육의 공동화와 사교육의 과잉팽창에 따른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과외 전면금지와 같은 대증적이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보다는 대학학생선발 방식의 다양화,학교교육의 다양화와 질적수준 향상,교육투자 증대등으로 학교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질 때 사교육 문제는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尹建永<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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