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亞 여성지도자 공통점] 아버지나 남편 후광 입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아시아엔 현직 여성 대통령이 3명이다. 아로요와 메가와티, 그리고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다. 여성의 정계 진출이 활발한 유럽에도 없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나 행정수반 중에서도 여성이 여러명이다. 두차례에 걸쳐 15년간 인도를 통치했던 인디라 간디, 마르코스 독재 이후 필리핀의 첫 대통령이 된 코라손 아키노,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스리랑카의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등이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는 1990년 선거에서 82%의 지지로 승리했지만 군부 정권의 선거 무효 선언에 밀려 아직은 '민주화 지도자'로만 남아 있다. 인도 총선에서 승리한 소냐 간디는 총리직을 고사했지만 집권당의 당수로 막후 실력자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처럼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된 여성 정치인도 있다.

아시아의 여성 지도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였던 아버지나 남편을 배경으로 삼아 정계에 나섰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같은 자수성가형 여성 지도자는 아직 없다.

메가와티와 수치는 국부로 추앙받는 건국 영웅의 딸이고, 간디는 초대 총리 네루의 외동딸이다. 다나카는 일본 정치를 20여년간 주물렀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딸이고, 부토는 베나지르 전 총리의 딸이다. 아키노.반다라나이케는 모두 남편의 후광을 업고 권력을 잡았다.

아버지 또는 남편이 암살됐거나 쿠데타로 권좌에서 밀려나는 등 비극을 겪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베나지르는 쿠데타로 총리에서 쫓겨난 뒤 교수형 당했다. 아키노와 반다라나이케는 남편이 암살됐다.

이 같은 공통점은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정치학자들은 분석한다. 정책과 능력이 아니라 포퓰리즘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여성 대통령이 잇따라 탄생한 것을 두고 섣불리 여권 신장을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예영준 기자

<비극의 가족사를 가진 아시아의 여성 지도자>

◇인도

(아버지)자와할랄 네루:인도 초대 총리, 64년 뇌출혈로 사망
(딸)인디라 간디:3차례 총리, 84년 암살

◇파키스탄

(아버지)줄피카르 알리 부토:대통령, 총리, 79년 교수형
(딸)베나지르 부토:88~91년 총리

◇필리핀

(남편)베니그노 아키노:야당 지도자, 83년 암살
(아내)코라손 아키노:86~92년 대통령

◇인도네시아

수카르노:대통령, 66년 쿠데타로 실각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99년~ 대통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