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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성급(性急) / 조급(躁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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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성급(性急)하다’는 ‘성질이 급하다’란 의미고, ‘조급(躁急)하다’는 ‘(사람의 성격이) 참을성 없이 몹시 급하다’란 뜻이다. 뜻풀이만으로 본다면 두 단어가 성질이 급한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용례를 살펴보면 쓰임에 차이가 있다.

“그는 술을 성급히 들이켜다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 같았다.” “북한 군부는 성급하게도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부터 발표했다.” ‘성급하다’는 차분함 없이 어떤 일을 급하게 하는 것, 즉 말이나 행동을 빨리 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

“길이 막히자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는 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단기간에 큰 성과를 올리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상황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성취욕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마음 졸이지 마라.” ‘조급하다’는 이처럼 조바심이 나서 속마음이 급한 것을 이른다.

‘성급하다’는 성격을 묘사하기보다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는 것을, ‘조급하다’는 마음을 졸이는 것을 말할 때 잘 쓰인다. 한편 “조급한 성격”에선 사전의 풀이처럼 성격 자체가 참을성 없이 몹시 급하다는 뜻이지만 “조급한 결정”에서는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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