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 한시적 조업 단축 - 8일부터 5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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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자동차가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한시적인 조업단축에 들어간다고 3일 발표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의 이같은 조치는 다른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업체들의 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체가 조업단축에 나서는 것은 파업사태를 제외하고 지난 80년대초 오일쇼크 이후 처음있는 일이

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조업단축에 들어가는 공장이 울산공장 생산라인중 엑센트를 생산하는 승용1공장,아반떼.아반떼투어링.티뷰론을 생산하는 승용3공장등 두 군데라고 말했다.

또 현대는 이번 조업단축이 현재 주야간 잔업(1일 4시간,주야간 각 8시간을 초과하는 작업)을 포함해 하루 주야 2교대 20시간씩인 조업시간중 잔업을 없애는 방법으로 추진된다고 말했다.

잔업만을 없애도 해당공장의 생산시간이 16시간으로 20%가량 줄기 때문에 생산량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현대측은 일단 조업단축 조치가 수출라인 증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출이 잘되는 엑센트.아반떼.아반떼투어링.티뷰론등의 내수용 생산격감이 불가피하게 됐다.현대는 이같은 조업단축을 통해 하루 6백대 가량의 감산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업단축조치는 조만간 내수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감산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쓰는 것은 불황과 내수부진에 따라 재고가 무려 5만대를 넘어선 때문.

현재 현대를 포함한 국내자동차업계의 재고는 적정재고(8만대 규모)보다 두배 이상 많은 무려 18만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고위임원은 “이제 자동차업계는 생산설비 개편등을 통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자동차도 2일부터 광주공장 대형 트럭 생산라인 가동을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으며 소형 상용차에 대해서도 잔업을 중단했다.또 대우자동차 군산공장도 올들어 트럭 생산라인의 잔업을 없앴다.

기아.대우자동차측은 3일“현대와 같은 조업단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수부진과 재고누증이 이어질 경우 감산조치를 취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지금 이 상태로 간다면 4월말이나 5월초께 감산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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