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시 조경 답사기'등 도시의 무분별 개발 경고서 3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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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람마다 각각의 개성이 있듯이 도시는 자기만의 특색을 갖고 살아 숨쉬는 예술품이 돼야 한다.어느날부터 우리 도시는 콘크리트 상자곽이 들어서면서 미풍양속이 하나 둘 사라지고 사람들 사이엔 벽만 쌓이게 됐다.”

조경전문가 이대우씨가'세계의 도시 조경 답사기'(시간과공간사刊)에서 선언적으로 읊은 말이다.'한국적'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의 역사 배경과 환경적 특성에 대한 철저한'소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성장 일변도의 개발바람에 밀린 도시의'인간적'측면을 되살려야 한다는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김석철의'세계건축기행'(창작과비평사刊)등 일부 건축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며 주거문화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도시는 철골덩어리가 아닌'삶의 질'을 좌우하는 키워드라는 입장을 깔고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랄까.'…조경답사기'는 외국에서 실마리를 찾는다.독일.프랑스.그리스등 서구는 물론 인도.태국.일본등 동양에도 눈을 돌린다.기행문이라 다소 가벼운 편이지만'살아 숨쉬는'도시를 꿈꾸는 의욕은 남다르다.

일례로 프랑스 파리에선 개선문 반경 2㎞ 이내 건축물의 고도를 개선문 아래로,나무 높이 또한 30이하로 제한한다.문화재의 위용과 경관을 보존하려는 뜻.고층건물에 눌려 기를 못펴는 우리의 국보1호 숭례문과 대조적이다.스웨덴의 스톡홀

름은 건물 벽화나 낙서마저 소중하게 간직한다.

태국 방콕은 토착문화의 관광화에 주력,수상시장등 생활문화는 물론 번잡스러운 거리도 유지하며 외국인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저자는 옛 것을 새 것으로 무조건 바꿔야 현대화를 이룬다는 것은'착각'이라고 단정한다.

대한주택공사 이규인연구원의 '세계의 테마형 도시집합주택'(발언)은 시각을

좁혀 세계의 모범적 주택단지나 신도시 50곳에 초점을 맞춘다.

베드타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신도시와 달리 엄격한 계획에 따라

행정.교육.레저등이 복합적으로 기능하는 파리의 신도시,농가의 형태를

모방하며 철저하게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마련한 독일의 튀빙겐

주거단지,다채로운 지붕과 토속적 디

자인으로 아파트 경관 개선에 성공한 싱가포르의 비산 뉴타운등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한다.개발보다 인간과 환경의 조화가 우선임은 물론이다.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일본의 집합주택이 오늘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선진사례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재창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미국 조지아주립대 TA 핫숀 교수는'도시학개론'(새날)에서 우리를 포함한 전세계 도시의 문제점을 심도깊게 분석한다.대학교재처럼 느껴지나 원제는'도시해석'(Interpreting the City)으로 쉬운 문장과 적절한 사례,그리고 많은 지도.도표를 통해 여러 도시의'겉'과 '속'을 다루고 있다.

특히 선진국 도시는 정보화시대로 전환하면서 대량 실직과 함께 내부공간이 날로 쇠퇴하고 있으며 제3세계 도시는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발전과정에서 소외됐다고 꼬집고 있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프랑스 파리 세르지 퐁투아즈 신도시 중심축.녹지와 하천을 중심으로

환상형으로 계획됐으며 주민의 자연친화적 휴식공간에 역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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