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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물가안정 위해 휘발유값 인하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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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유소에 들러 차에 휘발유를 넣을 때면 한숨이 나온다.지난해 3월 ℓ당 6백8원하던 휘발유 가격이 요즈음은 평균 8백40원이 돼 1년 사이에 38%나 올랐기 때문이다.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값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정부가 휘발유 값에 포함시키는 교통세.교육세.부가가치세등을 인상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할 때 세전 공장도가격은 ℓ당 2백8원45전이고 여기에 교통세.교육세.부가가치세등 세금이 5백50

원18전이나 붙는다.그리고 유통마진 56원37전이 보태져 최종 소비자 가격이 8백15원으로 결정된다.휘발유 가격의 3분의2 이상이 세금인 것이다.

정부의 논리는 세금을 올려 가격을 인상하면 휘발유 소비가 감소할 것이고 이것을 통해 에너지 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것이다.과연 그러한가.

올해 2월 우리 나라의 등록 승용차 수는 6백97만대에 이르고 있다.가구당 1대씩 자동차를 보유하는 시대가 가까워졌다.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것이다.이제 자동차는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고 안 타고,휘발유 가격이 내린다고 타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말뿐이며 사실은 세수확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징세기관의 입장에서는 휘발유에 대한 세금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5개 정유회사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세수확대만 하면 그 다음 문제는 없는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경쟁력 약화를 들고 있다.왜 경쟁력이 없는가.비슷한 품질의 제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지 않기 때문이다.이는 바로 고비용 구조가 그 중요한 요인중 하나며,고비용의 주원인은 고물가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96년 서울의 생활비는 주거비를 포함할 경우 세계 1백76개 도시 가운데 7위라고 한다.이러한 고물가 속에서 어떻게 값싸게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가.한마디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고물가 구조를 고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는 휘발유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단기간의 급격한 인상만이 문제가 아니다.그 가격자체를 국제비교하여 보아도 우리 휘발유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다.96년말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은 ℓ당 3백원,일본은 7백30원이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7백40원선이다.이들 나라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우리의 휘발유 가격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이래가지고 어떻게 물가안정을 기대하며 국제경쟁력 향상을 바라겠는가.휘발유 가격은 내려야 한다.

김기언〈경기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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