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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연체율 껑충 … 은행 BIS 비율 나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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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절대 수준은 아직 괜찮지만 상승 속도가 심상찮다. 국내 은행들의 연체율이 그렇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1.18%로 1년 전(0.92%)에 비해 0.26%포인트가 높아졌다. 이 정도 수준의 연체율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상업은행의 연체율이 3.64%인 것에 비하면 국내 은행 연체율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연체율의 상승 속도다. 지난해 말 0.74%였던 연체율은 3월에 0.9%로 올라서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된 9월(0.98%)부터는 본격적인 뜀뛰기를 시작했다. 벌이가 시원찮다 보니 은행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출액 증가율보다 연체액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11월 현재 전체 대출 규모는 920조원으로 1년 전(804조원)보다 14% 늘었는데, 연체 규모는 같은 기간 7조4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47%나 급증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86%로 2006년 5월(1.19%)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대기업 연체율(0.34%)은 1년 전보다 오히려 0.05%포인트 하락했다.

연체 규모도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 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1년 전(4조7000억원)에 비해 68%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0.66%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01%포인트 하락한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48%로 소폭(0.03%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 곧바로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연결된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대출이 늘수록 낮아진다. 이어 대출 이자가 연체되거나 연체 기간이 늘면서 대출이 ‘부실채권’ 또는 ‘추정손실’로 바뀌면 BIS 비율은 더 하락하게 된다.

정부가 은행에 대출을 독려하는 동시에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은행을 지원하려는 것도 대출 증가에 따른 BI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은행이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경우 BIS 비율로 인정해 주는 한도를 기본자본의 15%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이 한도가 높아지면 9월 기준으로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여력이 당초 9조4000억원에서 24조5000억원으로 15조원 늘어난다. 은행이 채권을 한도까지 발행할 경우 BIS 비율은 10.79%에서 12.82%로 크게 높아진다.

김준현 기자

◆신종자본증권=만기가 없다는 점과 상환 순위가 채권보다 늦다는 점에선 주식과 같다. 또 형식적으로 만기가 있고 이자가 지급된다는 점에선 채권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하이브리드(혼합) 채권이라 불린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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