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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감산 발표 … 자동차 주가 우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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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자동차회사가 잇따라 감산계획을 밝히자 자동차 주가가 급락했다. 23일 거래소시장에서 기아차는 전날보다 14.74% 폭락한 671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10.38%)와 쌍용차(-13.98%), 현대모비스(-6.36%)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자동차 관련주의 약세는 현대·기아차가 전날 올해 차량 판매 목표를 기존 480만 대에서 420만 대 수준으로 줄인 데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최근 잇따라 영업 실적 전망을 낮춘 바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 감소 등으로 내년 3월 말 종료되는 2008 회계연도에서 1500억 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요타가 영업적자를 기록하면 이는 결산 결과를 공표하기 시작한 1941년 3월 이후 처음이 된다. 앞서 혼다도 2008년 회계연도 결산에서 연결순이익을 전년도보다 69% 감소한 1850억 엔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다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불안감도 자동차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GM과 크라이슬러가 미 정부로부터 총 174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이는 응급환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운 것과 같은 미봉책일 뿐 파산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빅3가 파산하면 이 회사의 파산 위험을 보장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돼 세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GM이나 포드가 파산할 경우 600억 달러, 크라이슬러가 쓰러지면 250억 달러의 손실이 추가로 생길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산업 위기가 국내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빅3 파산을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예상에서다. 부국증권 안종훈 연구원은 “빅3 파산 시 그 파장은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 공황상태까지 갈 가능성이 커 오바마 정부가 수수방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빅3의 경영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국내 자동차회사로선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동부증권 윤태식 연구원은 “GM과 크라이슬러가 구제금융으로 파산의 큰 고비를 넘겼다”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앞으로 3∼4년간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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