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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브릭스·중동으로 수출 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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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로 자동차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수출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부문을 줄이기보다는 ‘글로벌 경영’ 청사진 대로 속도를 더 낸다는 의욕이다.

현대·기아차는 3분기까지 사상 최대의 생산·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미국의 GM 등 이른바 ‘빅3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다. 그만큼 현재의 위기를 신규 수출시장 확보라는 기회로 삼을 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사실 미국과 서유럽 등 전통적 수출시장에서는 당분간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브릭스 지역과 아프리카·중동·동유럽 등 신흥시장 수요 확대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브릭스는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지역 중 하나다.

현대차는 올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늘어난 233만 여대를 생산, 판매했다. 기아차도 114만 여대를 팔아 3.8%가 늘었다. 여기에는 신흥시장 중심의 해외 공장 생산이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 생산과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24.2% 늘어났고, 기아차도 48.2%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수출을 늘릴 수 있었던 데는 중소형차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부문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또 해외 생산 네트워크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권역별 포트폴리오 구성이 이뤄진 점도 기여를 했다.

현대차의 경우 올 초 인도 제2공장과 중국 제2공장을 잇따라 준공해 각각 60만 대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인도 제2공장에서는 ‘i10’, 중국 제2공장에서는 중국형 아반떼인 ‘위에둥’과 중국형 쏘나타인 ‘인링샹’을 생산했다. 자동차 소비 위축을 현지화 모델로 극복하다는 전략이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i20’은 올 10월 ‘2008 파리모터쇼’에서 유럽 전략형 소형차 모델로 첫 공개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앞으로 인도와 유럽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생산에 돌입한 체코 공장에선 유럽 전략형 모델인 ‘i30’을 만들고 있다. 또 현대차는 현재 러시아에서 수입차 판매 1위다. 일본의 도요타보다도 앞선다. 이 같은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기공식을 하기도 했다.

기아차도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률을 높여 유럽 전략 모델인 ‘씨드’와 ‘프로 씨드’‘씨드 SW’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씨드는 유럽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준중형급차다.

이처럼 신흥시장 공략이 내년의 주된 목표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전략이다. 소형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아반떼’‘베르나’를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또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와 ‘싼타페’는 3.3L보다 2.4L 짜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역시 ‘프라이드’ 공급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2006년 착공한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이 내년 11월 양산에 들어가면 연 60만 대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유럽지역에서도 소형차 판매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 2010년까지 총 600만 대 이상의 생산·판매 체제를 완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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