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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또 하나의 편가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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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엊그제는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더니, 이제는 민주대연합론으로 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거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0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대연합' 발언을 이렇게 맞받아쳤다. 부산시장 선거 지원유세차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朴대표는 "국민화합의 중심에 서야 할 대통령이 자기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고 하니 어떻게 화합이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특히 김혁규 전 경남지사에 대한 '배신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 발언이 나온 데다 한나라당 민주계를 향해 '과거의 과오' 운운한 게 의원들의 감정을 격동시켰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 발상" "난센스" "오기정치의 부활"이란 거친 말들이 나왔다.

민주계 출신인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민통합, 경제회생 등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시계를 다시 1980년대로 되돌리자는 얘기냐"며 "3당 합당은 군부통치를 종식하려는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민주계인 김무성 의원도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해 개혁을 하고 실질적인 민주화의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그 결과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 것 아니냐"면서 "그런 역사인식을 못하고 독선적 잣대로 역사를 재단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盧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놓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金원내대표는 "6.5 재.보선을 염두에 둔 선거용"이라고 했다. 영남 출신인 盧대통령으로선 선거에 이기기 위해 늘 영남표가 절실했고, 그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민주대연합 카드를 꺼내들곤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김혁규 총리 카드를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이자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책임 회피용"이라거나 "한나라당의 내분을 유도,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정계개편을 노린 의도된 발언"이란 얘기들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호남 배신에 대한 상쇄용, 민주당 분당이란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회피용이자 자기가 본류라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盧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한나라당은 그 옛날의 정치인 노무현처럼 격렬한 어조로 (여당에 대한)비난과 응징을 외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정당을 쪼개놓고 민주대연합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새삼스럽게 14년 전 정치 상황을 꺼낸 것은 金전지사 지명을 합리화하려는 무리한 논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금 서민들이 고통받는 게 민주세력이 분열됐기 때문이냐"며 "이를 중심적 과제로 얘기하는 대통령의 의식이 안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민주대연합론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은 낡은 정치를 무덤에서 불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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