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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푹 빠진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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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22일 샹젤리제 거리의 한 카페. 웨이터가 영어로 손님을 맞았다. 프랑스어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지만 그 말도 영어로 받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페여서인지 종업원들의 말은 기본적으로 영어였다.

관광지가 아니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약국이나 복덕방에서도 상대가 외국인이면 바로 영어로 말한다. 프랑스 제1야당인 사회당의 한 정치인은 만나자마자 대뜸 "영어로 할까요, 프랑스어로 할까요"라고 물었다.

프랑스에 영어가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영어로 물으면 알아듣고도 프랑스어로 대답한다는 말이 정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영어를 쓰면 오히려 대접받는 분위기다.

올 9월 새 학기부터 파리 16구엔 영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유치원이 문을 연다. '레 누보 장즈'라는 이름의 이 유치원은 세살부터 여섯살까지 모든 국적의 아동들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11일에는 상업 라디오방송 파리 라이브 라디오(PLR)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영어방송을 시작했다. 뉴스와 음악을 주로 내보내는데, 뉴스는 주로 프랑스 통신사 AFP에서 제공받는다. 파리 라이브의 렌지 던칸 사장은 "파리에 살고 있는 약 74만명의 영어권 인구뿐 아니라, 파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유익한 방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지하철 곳곳에는 '월 스트리트 영어를 배웁시다'라는 학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화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학원도 성업 중이다. 영어 외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전화로 가르치는 전화학원 엑스플리시트는 10시간 통화 쿠폰을 531유로(약 75만원)에 팔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초.중.고생들에게 영어도 가르치는 여름캠프 안내 광고물이 심심찮게 뿌려지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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