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는 글로벌 미디어 키우는데 한국은 ‘이념 - 방송 이기주의’에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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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행사에서 “내년은 미디어 전 분야에서 엄청난 격변과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IPTV 상용화, 주파수 재배치, 방송 소유 규제 완화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2일 IPTV 출범 기념식에서 “세계가 ‘미디어 빅뱅’으로 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시대 흐름을 선도하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법과 제도를 과감히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디어 분야의 규제 완화 흐름은 일자리 창출 등 미디어 산업이 갖는 부가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타임 워너 한 개 회사가 10만 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낼 정도다. 우리 방송통신위원회도 9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2년까지 방송통신 산업에서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쟁해야 소비자에 이익”=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을 국가 과제로 천명했다. 올 9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로 완성된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는 미디어’ 보고서는 “각종 소유 규제를 폐지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 탄생을 가능케 한다”는 내용을 국가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EU) 정보사회미디어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송통신 분야의 경쟁은 혁신을 이끌고 투자를 낳으며 질을 높여 소비자의 이익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백악관 내에 ‘미디어 글로벌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미디어 콘텐트의 해외 수출을 돕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올 초 미디어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기구를 출범시켜 방송 정책의 중심을 문화에서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영상산업진흥기구’를 발족해 세계적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려 애쓰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동욱 교수는 “우리도 방송통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규제 체계 전반이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독과점에 발목 잡혀”=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펴낸 ‘방송영상 콘텐트 육성방안’에 따르면 세계 방송시장 규모는 3186억 달러(2006년 기준)로 반도체나 가전·휴대전화·조선보다 크고, 향후 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 조선산업의 35.2%, 휴대전화의 21.3%, 가전산업의 11%를 점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방송시장의 점유율은 2.6%에 불과하다. 문화부 측은 “지상파 중심 생산 구조 등으로 인해 콘텐트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 드라마 등 기존 콘텐트를 재탕, 삼탕하면서도 뉴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지상파의 독과점으로 인해 콘텐트 산업의 발전이 지연돼 왔다”고 분석했다.

◆“또 등장한 방송사의 이기주의”=한나라당은 지난 3일 7개 미디어 개정법안을 발의하는 등 미디어 정책의 틀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MBC 등 일부 방송사는 “방송 장악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문대 황근(신문방송학) 교수는 “한나라당 법안은 공영방송의 수신료 비중을 높여 공적 영역은 확대하고, 나머지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자는 이원화 전략”이라며 “이를 놓고 무조건 방송 장악, 공익성 훼손이라고만 외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전형적인 방송사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지상파 방송사는 많은 이슈에서 ‘밥그릇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외부 경쟁자가 생길 것 같으면 ‘방송장악 음모’라는 등의 공허하고 철 지난 이념논쟁을 반복하며 미디어산업 발전과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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