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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청년들에게 일자리 만들어주는 방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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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 34면

현재가 어렵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우리는 오히려 미래를 위한 우수 인력 양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고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그 엔진을 개발할 인재가 필요하다. 녹색성장은 기존의 성장동력과 패러다임이 다르다. 처음에는 다소 효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지구환경을 보존, 개선해 후세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만큼 경제적 효율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성장모형과 차별화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각으로 성장기술을 찾아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 인력이 다시 길러져야 한다. 그를 통해 10~20년 후에는 우리가 개발한 신기술을 수출하는 기술수출국이 되는 것이 녹색성장 목표 중 하나다. 그래서 남들이 지금 하고 있는 기술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미래기술은 튼튼한 기초에 기반을 둔 융합연구와 개발을 통해 가능하고, 이러한 기술을 습득한 인력이 우리 미래의 자산이다.

국가의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세 개의 기둥은 대학·산업체, 그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대학이 지식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면, 산업체는 부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기초연구로 만들어진 좋은 지식이 많을 때 그 지식의 응용과 실현 방법도 많아진다. 국가에 좋은 대학이 많을 때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새로운 지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연결 과정에 건너기 힘든 골짜기가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이 골짜기를 넘어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지 않다. 연결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개발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에너지가 에너지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연구를 해야 비로소 실생활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좋은 지식만 존재하고 개발연구가 부족하면 마치 강력한 엔진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힘이 바퀴에 전달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국에서 좋은 지식을 실용화하는 개발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가적 목적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존재 이유이므로 마땅히 녹색성장을 주도할 기술을 찾고, 이를 위한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흔히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을 산업체에 당장 투입할 수 없다고 한다. 투입을 위한 훈련기간이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래기술을 갖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대학과 산업체의 간격을 메워 줄 연계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부분을 국가가 도울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이공계 대학 청년인턴 운영 사업도 미래기술 전문인력 양성에 투입돼야 한다. 지금 같은 경제 침체 시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출연연구기관이 기업에서 보낸 인력을 받아 정부가 마련한 청년인턴 사업예산으로 연구개발을 하게 하면 대학과 산업체의 간격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인턴사업비를 효과적으로 쓰게 되고, 출연연구기관은 인턴연구원이 생겨서 좋고, 기업은 별 비용 들이지 않고 미래기술 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신규인력을 뽑게 될 것이다. 요컨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출연연구기관에 학위 과정을 개설해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문학위를 이수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연합대학원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약 2년간 정부 지원으로 전문인력을 부담 없이 기를 수 있고, 이공계 졸업생의 입장에서는 기업에 취직할 뿐만 아니라 고급 응용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갖게 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산학연의 협동연구를 주도할 신진 연구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산업체·대학·출연연구기관 간의 자연스러운 협동연구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 경제위기 속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배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가진 재원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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