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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보석함>9. 아 목동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나오고/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오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1935년 현제명(玄濟明)이 펴낸'세계애창곡집'에 처음 소개된'아 목동아'는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에 같은 가사로 수록돼 불리고 있다.이 노래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Danny Boy)'가 원곡.어머니가 멀리 떠난 목동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1913년 위설리가 지은 가사로 널리 알려진'대니 보이'는 '런던데리의 노래(Londonderry Air)'라는 제목으로도 통한다.런던데리는 아일랜드 서북쪽에 위치한 마을.영국왕 제임스 1세의 명으로 런던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도

록 강요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냥'데리'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인들은 정치적 박해와 궁핍한 생활고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갔다.어떤 이유로 정든 고향을 등지고 떠났던 간에 꽃피는 봄이 오면 고향이 더욱 그립다.

'대니 보이'는 아일랜드의 비공식 국가처럼 불리는 것은 물론 국경을 넘어 전세계인들의 애창곡으로 자리잡았다.또 호주 출신의 작곡가 퍼시 그레인저가 남성합창곡으로 편곡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무반주 혼성6부 합창을 위한 그레인저의 편곡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합창단의 연주로 녹음됐다(필립스).

작곡자 미상의 이 선율에'유토피아'의 작가 토머스 모어도 센티멘털한 연애시를 붙였고,영국 작곡가 조지 페리(1793~1862)는 이 선율을 가리켜'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극찬했다.

1977년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장례식에서 연주돼 음악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노래는 가수 톰 존스.짐 리브스.해리 벨러폰테.에릭 클랩턴은 물론 소프라노 키리테 카나와.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도 즐겨 부르는 곡.그래서 적어도 이 노래에서 클래식과 팝의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서 피들러 지휘의 보스턴 팝스,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첼리스트 오프라 하노이,재즈 피아니스트 피터 네로,클라리네티스트 리처드 스톨츠만,테너 마리오 란자등이 녹음한 12종의 편곡을 담은 '대니 보이'앨범(RCA.사진)의 표지에는 아일랜드 국화(國花)인 세잎 클로버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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