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학력평가 거부 부채질 그만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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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초·중·고교 학력평가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학력평가 거부로 해임·파면된 교사가 출근 투쟁으로 맞서고 전교조의 조직적 반발도 거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불교인권위원회 등 종교계도 어제 교사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학교 현장과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력평가 거부는 교사의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란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이번 징계가 부당하거나 과도한지 여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 종교계가 나서 가릴 일이 아니다.

이번 징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력평가 거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당장 23일 치러지는 중1~2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교조는 이날 학생이 학력평가 대신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라는 지침을 각 지부에 내린 상태다. 지역별·학교별로 전교조 교사의 학력평가 반대 1인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전교조 부채질에 학교 현장이 또다시 학력평가 거부 몸살을 앓을 판이다.

학력평가는 교육의 핵심 과정이다. 학생의 학력 수준과 교육시스템을 점검해 학습계획을 짜고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결하다. 그런데도 전교조가 ‘학생 줄 세우기’ ‘경쟁 조장’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교육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전교조는 교육자의 책무를 저버리는 이런 행위를 당장 그만두는 게 옳다. 교육당국도 전교조를 최대한 설득하되 학력평가 거부를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