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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전환기 맞은 그린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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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구역을 풀자는게 아닙니다.문제를 풀자는 거지요.”그린벨트 주민들은 최근 사단법인까지 만들며 조직적으로 정부와 한판 벌일 태세다.

사실 우리 나라 그린벨트에는 문제가 많다.오랜 기간 개인의 재산권을 아무 지원 없이 제한하면서 생긴 부산물들이다.우선 주민의 생활불편,소득원 기회박탈이 크다.그런데도 공공부문은 난(亂)개발을 일삼고,그린벨트내에는 혐오시설만 늘어간

다.이런 그린벨트를 정치권은 당리당략의,투기꾼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는다.

게다가 문민정부는 다른 토지는 무계획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준농림지.농공단지가 그렇고 농촌 여기 저기에 고층아파트,산 한가운데 물류센터도 그렇다.그린벨트안에는 지난 25년동안 36번이나 규제행위를 완화했다지만 밖은 훨씬 더 했다.

때문에 주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만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시민단체도 풀어 보겠다고 나섰다.경실련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은“다음달 초'그린벨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해 그린벨트 관리.운용 실태를 감시,불법사례를 고발하고 그린벨트 이용과 보전에 관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하

며,주민불편을 해소.보상.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활동방침에 이미 합의했다.지난해 국회가 그린벨트를 건드린게 도화선이고,선거철을 앞둔 정부를 더 이상 못믿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그린벨트 다툼은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게 된 것이다.지금까지는 건설교통부의'그린벨트 고수(固守)',주민의'해제'라는 단순 대결구도였고 결과는 항상 정부의 일방 게임이었다.

그러나 건교부가 최근에는 수세로 몰리는 중이다.과거처럼 통치권자가 그린벨트를 지켜주지 않고,실세들은 내놓고'완화'를 주장한다.정부내 각 부처도 예전처럼 한 목소리가 아니다.환경부는 보존원칙을 내세우지만 혐오시설은 그린벨트에 넣고

싶어한다.통산부는 공장을,건교부 한쪽에서도 역세권개발.균형개발을 했으면 한다.재경원도 민자유치에는 그린벨트를 좀 쓰고 싶어하고,유통단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지자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개발욕구'로 꽉 차있다.모두 겉으로는'지키자

'는 주장이지만 속내는 다르고,때문에 정부내 전열은 이미 상당히 흐트러져 있다.

그 틈에 주민.시민단체들이 끼어들었다.이제 주사위는 정부가 쥐고 있다.어떻게 굴려야'그린벨트가 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린벨트 문제는 언제 풀어도 풀어야 할 숙제지 고집(固執)의 대상은 아니다.확실한건 정부가 뒷짐을 쥐고 피하기만 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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