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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 유학파 신인 세감독 '느낌의 영화' 데뷔작 선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러시아.폴란드.헝가리에서 연출을 공부하고 돌아온 동구권 유학파 신인감독 세 사람이 잇따라 데뷔작을 선보인다.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에서 연출을 공부한 김응수(31)감독이 러시아에서 만든'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를 개봉한데 이어 두번째 작품'수줍게 돌아선 누드'를 준비하고 있다.

폴란드 국립영화학교 우츠에서 공부한 문승욱(29)감독은 한국.폴란드 합작으로 데뷔작'이방인'촬영에 들어간다.

또 헝가리 국립영화학교 예비과정을 수료한 장윤현(30)감독 역시 첫 영화'접속'을 만든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은 동구권에 유학길이 열린 90년대초 일찌감치 떠났던 유학 1호들.영화유학하면 서구,특히 미국에 편중되던 풍토에서 이들이 낯선 동유럽국가를 택한 이유는 예술성 때문이다.

김감독은“정치적인 이유는 없었고 음악.문학.영화등 러시아 예술의 전반적인 풍토가 서유럽이나 미국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고,장감독은“'메피스토'를 만든 헝가리감독 이스트반 자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장씨의“동구권 영화는 역사속 개인

의 문제를 많이 다루며 영화인들이 오페라연출가나 화가와 같은 예술가로 존경받는다.

문감독은“안제이 바이다.로만 폴란스키.크리슈토프 키에슬롭스키등 뛰어난 감독을 배출한 폴란드의 영화적 전통에 이끌려”택했으며 실제로 우츠에서 키에슬롭스키에게 배웠다.'이방인'은 한국의 씨네2000과 폴란드의 MS필름이 50만달러의

제작비를 반반씩 분담하는 합작영화인데 폴란드가 한국의 신인감독에게 투자를 결정하게 된데는 키에슬롭스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세 감독은 각기 기존의 한국영화들과는 분위기가 다른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들에 따르면 한국관객들은 이야기 서술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는 할리우드식 영화에 편중돼 있다는 것.대사위주의 설명보다 여러가지 상징과 화면이 주는 전체적

인 분위기로'느낌'을 전달하는 동구권의 영화적인 전통을 한국적인 상황에 접목해 보겠다고 한다.

김응수감독은“우리나라 관객들은 사회과학적인 잣대로 영화를 판단하거나 젊은 세대들처럼 수동적인 재미에 너무 익숙해 있다.반면 유럽영화들은 개인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실존주의적인 접근을 하며 러시아의 경우에는 여기에

우수라는 요소가 보태진다”고 말했다.

박기웅촬영감독은“러시아 촬영감독의 전통은 독특한 감각과 안목,철학적 깊이를 투영해 영화 고유의 느낌과 분위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해낸다”고 설명했다.

'수줍게 돌아선 누드'는 사랑에 실패하는 4명의 남녀를 통해 대중사회에서의 소통단절을,'접속'은 얼굴도 모른채 컴퓨터통신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4월2일부터 폴란드에서 촬영을 시작하는'이방인'(세계배급제

목은'태권도')역시 폴란드에서 살아가는 한 태권도사범(안성기 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독을 담는다.장윤현감독은 독립영화집단'장산곶매'출신이며 문승욱감독은 단편'어머니''오래된 비행기'로 주목받은 기대주다

.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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