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원 부도 배경-외국어교재 판매부진.김현철씨 책 발간해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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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고려원의 부도는 출판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78년 설립후 철학.문학.과학.아동물등 2천5백여종을 발간하며 명실공히 우리 출판계를 리드해 왔기 때문이다.

고려원은 지난해만 해도 일요일등 휴일을 빼면 거의 하루 한권꼴로 신간을 낼 정도(2백70여종)로 최근까지 의욕적 경영을 펼쳐왔다.종업원 2백여명에 지난해 매출액은 2백25억원.

부도는 영어.일어등 외국어교재와 어린이 전래동화 영상물의 판매부진에서 비롯됐다.90년대 이후 불어닥친 단행본 시장의 불경기를 어학교재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불발로 그친 것이다.

고려원이 어학교재에 부쩍 열을 올린 것은 90년 출시한'오성식 생활영어'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다.이에 고무돼 지난해엔 90억원의 개발비를 쏟아부어'코츠코츠일본어''링거폰 아메리칸 잉글리시'등을 내놓았지만 판매가 기대수준을 훨씬 밑돌

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엔 고려원에서 발간한'하고싶은 이야기,듣고싶은 이야기'(김현철 저)가 한보그룹의 서울소재 창고에서 대량 발견되는 바람에 도매금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고려원엔 4,5월에도 각각 10억여원 가량의 어음이 돌아오게 돼있어 부도후 회생가능성은 무척 불투명한 상황이다.박건수(朴建洙) 고려원 전무는“어학교재 제조업체와 용지.인쇄.광고등 분야의 거래업체들로부터 지속적 지원방침을 약속받았다

”면서“단행본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곧 회생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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