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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발목잡는 행정족쇄 - 과도한 행정규정 적용.공무원의 무사안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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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안산시에서 반도체 LCD기판을 제작하는 S기업.이 회사는 올해 들어 기능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병역특례자로 지정돼 군대에 가지않고 계속 일하기로 돼있던 6명이 특례혜택을 취소당해 입대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수원지방병무청이 복무실태 조사후 문제가 있다며 S기업을 병역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10월.그러나 지난 3월초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그런데 병무청에서는 올해 병역특례지원자 선정을 해주지않고 있었다.金사장은 몇차례 병무청을 찾았으나“국가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면박만 당했다.

답답해 한숨만 쉬고 있던 金사장은 17일 감사원에서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해주는 창구를 열었다는 보도(본지 2월17일자 2면)를 보자마자 중소기업은행 본점의 접수창구를 찾았다.창구에 나와있던 감사원 직원과의 면담으로 문제는 간단히

풀렸다.감사원측에서 해당 병무청에 연락하자 즉시“검찰청의 회신이 도착하면 바로 특례요원을 배정하겠다”는 답이 왔다.

이처럼 과도한 행정규정 적용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감사원에서 중소기업의 멍에를 풀어주고자 만든'중소기업 부조리 신고처리전담반'에는 문을 연지 3일만에 85건의 중소기업 고충사례가 접수됐다.이중 49건이 행정부처간 업무협조 미비라는 사소한 족쇄들이었다.그중 10건은 현장에서 해결됐

고,나머지 39건은 곧 해결될 예정이다.

서울마포구마포동 H통상 대표 金모(46)씨는 지난 2월27일 관공서에 민원회신용 공문 사본을 요청했다가 무안만 당했다.

金씨가 감사원 전담반에 이를 하소연하자 전화 한통화에 그 복잡하던 행정절차가 다 풀려 바로 다음날 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전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사본조차 발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권위주의적 일선행정”이라며 金사장을 위로했다.

창구전담반 손방길(孫邦吉)반장은“예상보다 많은 애로사례가 접수되고 있으며 당연히 허가해줘야 할 업무를 트집잡는 비합리적 행정규제나 공무원 임의로 법규정을 축소.확대하는 행위등 관폐로 인한 고충에 인력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더 많은'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채병건 기자〉

<사진설명>

이시윤 감사원장이 20일 오후 감사원이 중소기업 관련 부조리에 대한

민원 접수를 위해 중소기업은행 본관 3층에 마련한 신고접수처를 찾아

관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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