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상납 성 안 차면 “무능한 놈” … 직원들은 마이너스 대출해 바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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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기관장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의 백화점을 보는 것 같다.”

김평수(61)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김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김씨는 이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부하 직원들에게 상납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18일 밝혔다. 돈을 받는 방법도 그만큼 다양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취임 직후인 2004년 10월 공제회 총무팀장 황모씨를 매주 사무실로 불렀다. 김씨는 “주말 골프접대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황 팀장은 처음엔 윤모 서무과장, 송모 구매과장과 함께 공제회 예산을 전용하려 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이들은 납품업체 13곳에서 물품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상납금이 미처 준비되지 않았거나 요구한 금액에 못 미치면 폭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김씨가 “그런 것도 준비 못하면 어떻게 일을 하란 말이냐, 무능력한 놈들”이라고 말했다며 검찰에서 진술했다. 당시 직원들은 우선 개인 신용카드로 ‘카드깡’을 하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돈을 건넸다. 카드비와 대출금은 나중에 리베이트로 충당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총무팀장이 바뀐 뒤에도 돈을 요구해 같은 방식으로 만든 돈을 받았다. 2004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하 직원들로부터 받은 상납금은 7100여만원에 달했다.

2007년 3월에는 사업 실적이 초과 달성돼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상납받기도 했다. 김씨는 “내가 주식 투자 등을 잘 이끌어서 수익이 많이 났고, 성과급도 내가 힘을 써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은근히 금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이사 등 간부 직원들이 모여 “(이사장이) 계속해서 성과급 공로를 얘기하는 것을 보니 일부라도 인사하는 게 좋지 않겠나. 업무상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며 돈을 갹출하기로 했다. 결국 이사급 3명과 부장급 10명은 200만원씩, 팀장급 35명은 100만원씩 6100만원을 모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씨는 2005년 9월 공제회 실버타운 시공업체 안흥개발 장모 사장에게 “중국에 유학 중인 아들이 방을 새로 얻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해 현금 7000만원과 백화점 양복티켓 2000만원어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전임 이사장이었던 이기우씨가 퇴임 전날 안흥개발 측과 실버타운사업의 기본 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밝혀내고 배임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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