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자대회 개최 땐 국가 위상 크게 오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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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학 올림픽’이라는 국제수학자대회(ICM)를 유치하면 국가 위상은 물론 수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크게 올라 갈 겁니다. 힘겨운 경쟁국인 브라질이 있지만 반드시 유치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2014년에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 유치위원회 박형주(44·고등과학원 교수·사진) 위원장은 대회 유치를 위해선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치 가능성을 ‘절반 이상’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한국의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치 경쟁에 뛰어든 나라는 한국을 비롯, 싱가포르·캐나다·브라질 4개 국이다. 대회는 4년마다 열린다. 정부도 이미 유치 비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 행사 이외의 학술행사에 유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제수학자대회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4000여 명의 세계 수학자가 모이고, 청소년들은 수학 축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돼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필즈’상도 개최국 국가 원수가 직접 수여하기도 합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수학계뿐 아니라 개최국의 축제가 돼 왔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국제수학연맹의 실사단은 2월 중 방한해 개최 분위기, 시설 등을 총 평가할 계획이다. 실사단 11명의 의견이 유치 여부를 가른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사단과 임원들이 단독 개최 후보국을 정한 뒤 총회에 올려 최종 결정한다. 브라질은 대통령이 출연해 대회 유치를 지원한다는 동영상까지 제작해 뛰고 있는 중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 의지는 강해요. 한국이 후진국 수학자 1000명을 한국 부담으로 초청하겠다는 제안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후진국 수학자들은 자비로 대회에 참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들의 경비를 한국에서 부담하겠다는 제안이다. 이 때문에 국제수학연맹도 한국을 떨어뜨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회 참가자는 대회에 따라 2000~4000명 선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수학 실력을 단기간에 대폭 올린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박 교수는 기대했다. 국제수학연맹의 2007년 평가 결과 한국의 등급은 5등급 중 4등급으로 두 계단 뛰어 올랐다. 한꺼번에 두 등급이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4등급 이상 국가도 많지 않다. 박 교수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며 “이런 열기도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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