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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내는 '政-言유착 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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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권.언 유착은 끊긴 것 같은데, 정.언 유착은 (아직)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배경은 뭘까. 정치권(야당)과 언론과의 '유착'을 완전히 끊고, 다음으로 언론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그의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말한다.

盧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고 치밀하다. 그럴수록 추진 방법은 돌아가는 길을 택하려 한다는 게 권력 내부의 귀띔이다. 권력이 전면에 나서면 효율성과 속도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순균 국정홍보처장도 "盧대통령은 언론사주 소유지분 제한 등 구체적 쟁점에는 개입하지 않고 당과 시민단체 등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개혁입법을 해내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새틀의 언론정책을 시행하는 투톱체제를 가동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다보니 盧대통령의 언론개혁은 가장 효과적이고 무리없이 이 일을 해낼 사람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대상은 문화관광부 장관과 국회 문광위원장이다.

다음달로 예고된 3개 부처 개각에서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거론됐다. 그 틈에 슬쩍 문화부가 포함됐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인사는 "다음달 개각의 핵심은 문화부 장관 교체"라고 말했다.

통일부와 복지부가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대표의 입각에 맞물려 있다면 문화부 장관의 교체는 盧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의 문화부 장관 내정설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鄭의원은 盧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盧후보의 언론특보단을 관장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후엔 국정홍보 시스템과 ▶오보 대응 ▶언론의 건전한 비판 수용 등의 기본적인 언론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깊숙이 관여해왔다. 盧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언론관을 놓고 두 사람의 생각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창동 현 문화부 장관이 참여정부의 언론개혁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鄭의원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수순은 국회 문광위원장이다. 언론개혁의 최일선에서 관련 법률안을 야당과의 협상을 거쳐 만들어내야 하는 야전 사령관이다. 한나라당이 문광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盧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은 서로 이 자리를 꺼리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유력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재선의 유인태 당선자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문광위원장에 유인태 당선자와 김한길 당선자 두명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한길 당선자는 완강히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柳당선자 역시 부담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을 맡더라도 행자위원장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문광위원장은 좀 골치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柳당선자는 "경선에 나설 유력 후보가 없는 상임위원장이라면 할 생각이 있어 상임위 배정은 나중에 해 달라고 위임한 상태"라고 밝혀 수용 여지를 남겼다.

盧대통령의 생각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언론개혁만큼은 대충할 수도, 대충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결국 누가 대통령과 같은 의지를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도 몇몇 후보를 면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민석.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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