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개혁 멀리하면 한나라 존립 힘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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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이회창.최병렬, 그리고 박근혜까지. 이들이 고비마다 찾은 사람이 있다. 한나라당 윤여준(65)의원이다. 그래서 그에겐 '영원한 책사(策士)'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런 그가 28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정치에서 손을 떼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표가 이날 오전 "어려운 때이니 더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의 결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떠나는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법"이라며 당사를 떠나는 그를 붙들고 물었다.

-정치시장에서 진보를 사려는 고객이 늘었는데도 한나라당의 집권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보수이기 때문에 진 게 아니라 개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진 거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꾸지 않는 게 보수라고 했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진정한 보수는 늘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보수는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안주했다. 1980년대 6.10 항쟁이 첫 경고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현상이 보수에 대한 역사의 마지막 경고였다. 자기 혁신을 안 한 결과가 지금 보수세력이 보여주는 현 주소다."

그는 책사라는 호칭에 정색을 했다. "나는 상식인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직언들은 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다수 국민은 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다만 권력자들('야당 대표도 권력자'라며)이 상황을 오판하고, 민심을 잘못 읽고, 오만했다. 李전총재가 진 건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정확히 못 읽어서다."

尹의원은 그를 잡는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지금의 시대정신은 변화와 개혁인데 한나라당이 앞으로 이런 시대정신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존립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盧대통령을 겨냥해선 "탄핵안 결정까지의 공백기에 달라지기를 기대했는데 여전히 피아(彼我)를 구별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 결과 국민에게 어떤 점수를 받고 있는지 잘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당분간 나사를 풀고 쉬겠다"고 한 그는 내년 초 미국으로 가 영국의 정당제도를 공부하겠다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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