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신의 못생긴 여자는 없다] 'V라인 기술' 가장 좋은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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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몽타주만 가지고 범인을 찾아다니는 수사 방법은 바꿔야 할 것 같다. 얼굴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수술이 이미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안면윤곽 수술이 그렇다. 미용 수술 하면 코를 높이거나 쌍꺼풀을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형외과는 이제 연부조직(피부나 지방층)을 변화시키는 데서 얼굴 뼈를 잘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단계에 이르렀다. 건물로 말하면 인테리어 정도가 아니라 내부 골조를 확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안면윤곽 수술은 결코 쉽지 않다. 혈관과 신경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피부를 젖히고, 단단한 뼈를 자르고 다듬는 일이 간단할 리 없다. 수술 후 모습을 예측하기 어렵고, 전신마취의 어려움도 따른다.

그럼에도 수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시술이 정교해지고, 안전해졌다는 방증이다. 실제 본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20%가 얼굴 형태를 바꾸는 안면윤곽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는 코성형 시술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용 성형분야에서 안면윤곽 수술의 역사는 20년이 채 못 된다. 우리나라에서 사각 턱이나 좌우 비대칭의 턱 교정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부터. 문제는 턱 아래쪽 피부를 절개하다 보니 흉터가 남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에 있던 필자는 백세민 교수를 도와 입 안으로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구강 안쪽을 3∼4㎝ 절개해 흉터를 남기지 않으니 미용을 목적으로 한 안면윤곽 수술 건수가 급증했다. 86년 대한성형외과학회지에 실린 이 시술은 곧 대한민국 안면윤곽 수술의 표준이 됐고, 얼굴뼈 성형시대의 서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안면윤곽 수술은 가파르게 발전했다. 진단용 특수방사선 장비와 얼굴뼈 분석 프로그램이 등장해 뼈와 연부조직을 분석, 과학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의사는 가상 성형 전후의 모습을 보며 환자의 요구를 반영해 수술 계획을 세운다.

수술 방법도 정교해졌다. V라인 턱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종래에는 단순하게 각진 턱뼈를 깎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요즘엔 피질 절개술로 턱뼈의 두께를 줄여주는 시술을 추가한다. 이렇게 하면 정면에서 볼 때 갸름해 보이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턱끝 뼈를 삼등분한 뒤 중앙의 뼈를 빼낸 뒤 좌우의 뼈를 붙인다.

턱 수술을 하며 동시에 환자가 원하는 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광대뼈가 나왔다면 집어넣고, 볼살이 불만인 사람에겐 입 안을 통해 볼의 지방을 빼준다. 또 보톡스나 고주파로 씹는 근육(교근)을 축소시키는 시술도 한다.

단언컨대 안면윤곽 수술은 우리나라가 가장 잘한다. 서구형 얼굴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수술 기법도 발전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의 영문 표기인 ‘plastic’은 어원이 되는 희랍어로 ‘마음대로 모양을 바꾼다’는 의미다. 원하는 대로 성형을 하는 시대가 왔으니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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