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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재계새별>4. 애경그룹(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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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남성 이상의 성과를 내 인정받고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라.”

국내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애경그룹 장영신(張英信.61)회장이 그룹내 여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張회장은 임직원들중 남성보다 여성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수적으로'소수'인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기업.사회

구조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지난해 12월 회장직을 맡은 여성경제인연합회의 활동에도 최근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니레버와 관계청산

張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은 '트리오''스파크'등의 세제와 각종 생활용품.화장품등의 소비재로 잘 알려진 기업.80년대 화학분야를 강화하고,93년에는 백화점사업에 진출해 지금은 3개의 사업군을 형성하고 있다.12개의 계열사가 있으며

지난해 1조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올해는 1조3천억원 매출이 목표다.93년 주력업체인 애경산업이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한뒤 일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신규사업을 강화하며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애경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과 백화점사업이 주축인데다 총수 역시 여성이어서 그룹이 주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부드럽다.그룹내 분위기 역시 그런 편이다.

주력업체인 애경유지는 서울구로구로동의 애경백화점을 운영하는 회사다.원래 생활용품 업체였으나 85년 설립된 애경산업에 모두 이관하고 법인만 남아있다가 구로동 창고 부지에 백화점을 설립하며 유통업에 뛰어들었다.또다른 주력업체인 애경산

업은 세제.샴푸.비누등 각종 생활용품을 생산.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이다.최근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군림보다는 봉사자세”

애경에는 화학제품 생산업체들이 많다.대표적인게 애경유화.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무수프탈산(유화제품 중간원료)의 생산 규모는 세계 3위며,울산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생활용품과 화학 이외의 업종을 갖는 회사로는 중부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애경개발이 유일하다.

애경그룹의 첫 출발은 50년대초지만 궤도에 오른 것은 張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72년 이후로 봐야 한다.당시 2개에 불과했던 계열사가 張회장의 경영참여 이후 크게 늘어 지금은 12개로 된 것이다.평범한 가정주부였던 張회장은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애경유지를 물려받았다.張회장은 자신의 경영참여에 대해“애들이 어려서 큰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회사를 유지.보전했다가 뭔가를 안 뒤에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기업내용에 어두운 상태에서 경영에 나선 張회장은 부지런함과 끈기로 경영을 공부했다.72년 애경유지 사장에 취임한후 모르는 일은 담당 임원은 물론 과장.부장에게까지 찾아다니며 배웠다고 한다.오전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했다.張회장

은 지금도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주말이면 백화점 매장에 들르는 일과를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재계에서는 張회장을'여장부'라 부르기도 한다.張회장 본인은 그러나“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군림하는 것보다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기업활동을 해왔다”고 말한다.

張회장은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시한다.초창기 어려웠을때 자신을 끌어주고 도와준 것은 다름아닌 회사내의 임직원들이었다는 것이다. 애경그룹의 사장단회의는 매달 한차례,주로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에 열린다.계열사간의 조정이 주기능이다.애경

은 그러나 계열사 대표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어 사장단회의의 역할이 크지는 않다.그룹에서는 이에 대해“張회장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은 처음부터 아랫사람에게 위임하다보니 지금같은 계열사 자율경영체제가 굳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자와 제품개발.임원인사는 직접 챙긴다.특히 매달 한차례 열리는 애경산업의 제품개발회의에는 꼭 참석한다.계열사 이사회에도 월 1회씩 참석해 경영실적을 챙기며 공장에도 수시로 들른다.

애경그룹의 주력회사인 백화점과 애경산업의 사장은 모두 30대다.백화점의 채형석(蔡亨碩.37)사장은 張회장의 맏아들이며 애경산업의 안용찬(安容贊.38)사장은 사위다.

蔡사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85년부터 2년간 경영수업을 받은뒤 87년 애경유지 사장에 취임했다.백화점 설립작업을 진두지휘했으며 올해는 수원민자역사백화점 사업을 시작한다.백화점 주차빌딩 4층에 자신의 사무실을 마련할 정도로

소탈한 성품이다.조용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다.바깥활동에는 나서지 않으려 한다.

安사장은 결혼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3년동안 미국 폰즈사에서 마케팅 훈련을 받았다.애경화학과 애경유화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뒤 95년 애경산업 사장을 맡았다.유니레버와의 합작관계 청산이후

위기에 놓였던 애경산업을 지난해에 흑자로 돌려놓는 수완을 보여주었다.이익관리위원회를 사내에 설치하는등 아이디어가 많고 적극적인 성격이다.신규사업쪽에 특히 관심이 많다.

애경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는 애경유화의 김이환(金二煥.56)사장과 애경화학의 임성주(林成柱.52)사장을 들 수 있다.두사람 모두 신입사원때부터 애경에 몸담아와 그룹내 사정에 밝다.張회장의 3남1녀중 둘째아들 채동석(蔡東錫.33

)씨는 애경백화점 상무로 재직하며 형을 돕고 있고,막내아들 채승석(蔡昇錫.27)씨는 애경산업에서 마케팅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 확대 나서

애경그룹은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가족같은 내부 분위기가 특징이지만 30대 사장 취임 이후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크게 낮아졌다.신규사업 진출도 크게 늘렸다.특히 애경산업은 지난해에 많은 사업을 새로 시작했고 올해도 신규사업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백화점도 수원민자역사를 시작으로 다점포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그룹측은 이에 대해“덩치가 작으니까 변화가 빠르다”고 말한다.

백화점과 애경산업등의 경영은 이미 상당부분 2세들에게 위임됐고 張회장은 외부활동을 주로 맡고있다.張회장은 두명의 30대 사장에 대해“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이디어도 많고 잘해서 대만족”이라고 말한다.경영의 많은 부분을 이양

해 자신은“이미 반은 은퇴한 셈이며 지금은 마무리 작업을 할때”라고도 말한다.

애경그룹은 지난해'보수적인 사풍을 바꿔보자'며 경영이념을 새로 제정하고 2005년에는 6조원의 매출로 30대그룹에 진입한다는 비전도 만들었다.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고 2세체제를 정착시켜 이같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지 주목

된다. 〈유규하 기자〉

(다음은 대교그룹편)

<사진설명>

왼쪽 위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서울 애경백화점,애경유화

울산공장,애경산업 청양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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