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굴절된 현대사 - 안두희 살해 박기서씨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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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백범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기서(46)씨에 대한 재판이'현대사 법정'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돈명(74.전조선대총장).장기욱(54.전의원)변호사를 포함,모두 13명으로 구성된 박씨 변호인단은 12일 오후2시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6차공판에서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김구선생의 암살을 전후

한 현대사에 대한 증언을 청취했다.

서교수는 친일파 처단과 관련한 정치상황에 대해 이승만은 5.10 선거결과 국회내에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지 못하고 달리 국내에서의 지지기반이 없게 되자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구로 미군정의 옹호받으면서 통치기구로 성장

한 친일경찰세력에 의존했다고 증언했다.

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서울시경찰국 사찰과장 최운하와 종로서 사찰주임 조응선,친일경찰 노덕술등을 체포하기 시작하자 이승만이 대통령령으로 반민특위 특경대 폐지에 나섰으며 이를 위해 경찰을 동원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반해 김구는 5.10선거에 의한 남한 단일정부에 반대하고 선거에 불참했으나 선거결과 무소속세력이 김구 지지에 나서 이승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친일파 처단에 대해 김구는 45년 11월 귀국 첫 기자회견에서 좌익이 득세하는 상황을 우려해“우익 강화가 최우선”이라며 친일파 처단을 강력히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48년부터 친일파를'우익을 더럽히는 군더더기 집단'으로 비난하면서 처

단을 적극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구 암살과 관련해서도 50년 총선과 52년 정.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승만은 김구세력의 부상을 가장 염려했고 백범암살 행동대원인 홍종만.안두희가 정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독당에 입당한 것은 한독당 내부의 노선갈등에 의한 암

살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암살계획이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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