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중임제 개헌 논란 - 라모스 재선움직임에 野 강력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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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필리핀에서는 내년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헌논란이 한창이다.6년 단임제로 돼있는 헌법을 고쳐 피델 라모스 대통령에게 재선기회를 주자는 여측과 장기독재의 악령을 되새기며 절대 안된다는 야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필리핀은 마르코스 전대통령과 같은 장기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지난 86년 대통령 6년 단임제를 헌법에 못박았다.

여권은 현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경제발전 계획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해선 라모스 대통령의 중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만일 중임이 안된다면 오는 2000년까지라도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제 막 필리핀 경제가 도

약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논거다.

루벤 토레스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집권여당은 대통령 단임제의 수정을 골자로 한 개헌안에 찬성한다”며“국민들의 성원이 압도적이라면 대통령은 그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곧이어 여당은 개헌과 선거연기 문제를 다루기 위

한 임시 국회소집을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야당은 물론 가톨릭 교회및 인권단체.좌파운동단체는'국민을 배신하는 음모'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경제계도 장기집권에 따른 정치.사회불안이 경제안정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모스 대통령 자신은 이러한 개헌 논란과 관련,최근 여러차례 중임이나 임기연장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반대측은 라모스의 그같은 발언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들이다.

정말로 재임을 원치 않는다면 개헌추진을 둘러싸고 여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소문을 단호히 근절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그는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라모스 대통령이 잔임기간중의 레임덕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처럼 처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임봉수 기자〉

<사진설명>

자신의 건강악화설을 불식시키려는듯 측근들과 수영을 즐기고 있는 라모스

대통령(맨 앞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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