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大그룹중 24곳 死活건 구조조정 돈안되면 모두 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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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변해야 산다.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구본무(具本茂)LG그룹 회장은 오는 27일의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때'사업구조의 대조정'을 천명할 계획이다.

잔칫날다운 덕담(德談)대신 '정리할 사업'과'새로 벌일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비장한 지시를 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비메모리반도체에 향후 5년간 7조원을 투자하는대신 올해 29개의 한계사업(매출 1조원 규모)을 정리키로 했다.

두산그룹은'돈 안되는 것은 모조리 버리거나 축소한다'는 원칙아래 주식및 부동산을 최근 잇따라 팔아치우고 있다.

기업마다 매출.순익이 격감하는등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적자.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에 도전하는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14~16일 국내 30대그룹중 한보.삼미를 제외한 28개 그룹의 기조.비서실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인 24개 그룹이 사업구조조정을 추진중이거나 계획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현재의 경영난이 일시적인 불경기때문이 아니라 고비용.저효율등 구조적인 문제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본지 설문조사 결과 30대그룹중 7개 그룹이'올해 매출.순익 모두 나빠질 것'으로 응답하는등 22개 그룹이 경기가 나빴던 지난해보다 더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매출.순익이 모두 늘 것으로 전망한 그룹은 6곳에 불과했다.채산성이 2년 연속 악화되며 경영난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30대그룹들중 가장 치중해야할 구조조정 내용으론'한계사업 정리'와'제도나 조직의 정비'를 꼽은 그룹이 각각 32%(9개사)였으며,현대.효성등 8개 그룹은 고부가가치사업의 과감한 진출이라고 답했다.

특히 롯데.한화.기아.코오롱.대림등 9개 그룹은 경기전망및 경제외적인 요인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당초 투자계획을 일부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그룹은 대외 이미지등을 고려해 외부로는 밝히지 않은채 실제론 투자축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실제 대기업투자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구조조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에 대해선'정부의 규제완화'라는 대답이 57%(16개 그룹)였으며,18%(5개 그룹)는 노사화합을 들었다.한편 올 봄에는 임금및 단체협상을 둘러싸고 노사분규의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한

곳은 5개 그룹,약간 강할 것으로 본 곳은 13개 그룹이었다.실명제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음성자금이 산업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돈의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대답이 13개 그룹으로 가장 많았다.또 현 경제팀이 최우선 해결

해야할 과제는 규제완화(14개 그룹)와 경상수지 적자개선(11개 그룹)등의 순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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