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인사 태풍 전야’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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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대적인 고위직 물갈이가 임박하면서 연말 관가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공기업 사장과 연구기관장들은 상당수 교체됐으나 고위직 공무원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뒤늦게 인적 쇄신 작업에 발동이 걸렸다.

교육과학기술부 7명, 국세청 3명 등 1급 10명 전원이 사표를 낸 것이 신호탄이다. 핵심은 ‘정부 개혁에 방해되는 세력 솎아내기’인 것으로 관가는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심어 놓은 ‘대못’을 뽑아 경제 위기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집권 2년 새해 개혁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도 분위기는 감지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공무원들이 스피디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정권이 바뀌어도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집권해도 집권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도 “정부가 열심히 하려 해도 코드가 맞지 않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고위 공무원들이 국정 추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는 ▶좌편향 교과서 수정 ▶4·19 데모 표기 ▶대입 자율화 혼선 등 여러 교육정책이 삐끗거려 인적 쇄신의 대상이 돼왔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상당한 불만을 보였고, 시그널(신호)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차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 해도 실무를 맡고 있는 중앙 부처의 실장급이 움직이지 않아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로열티(충성심)도 열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스스로 바뀌도록 시간을 줬으나 변화가 없어 메스를 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왜 교과부인가=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13일)에서 “영어 능력 인증 시험이 수능시험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교과부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담당 공무원은 “그럴 리 없다”며 당황해했다.

안 장관이 올 8월 교과부를 맡은 이후 혼선은 종종 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수능 과목을 대폭 축소키로 한 데 대해 교과부 관료들은 “큰일 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영어 전용 교사를 양성해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직 이수자가 아닌 사람을 뽑아 쓰면 교원단체가 반발할 것”이라고 소극적이었다. 안 장관은 최근 “교과부에 들어와 보니 쉽지 않다”고 지인들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의 ‘평준화 교육’ 정책을 주도했던 고위직을 장악하지 못해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회에 가도 장관이나 교육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여당 의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며 “교육관료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했다.

교과부의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면서 실·국장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만 수십 명이나 된다”며 “국정 현안에 대한 토론은 사라졌고 담당 국장은 자기 일을 보고한 뒤 잠자코 있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교과부 내부에서는 1급 고위직의 일괄 사표를 막힌 국정 흐름에 숨통을 트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 장관은 8월 취임한 이후 고위직 인사를 한 적이 없다. 사표를 낸 1급 공무원은 “장관이 1~2명 정도 솎아 내려고 일괄 사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우·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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