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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간직한‘공갈못’전설 문화유산으로 되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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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13일 상주시 공검면 공검농협에서는 이색 공연이 펼쳐졌다. 공검면을 중심으로 한 상주시내 주부 8명이 만든 인형극단 ‘공갈못’의 창단 공연이다. 공갈못은 이날 30분 동안 공갈못(일명 공검지) 전설을 극화한 ‘상주 함창 공갈못에…’를 무대에 올려 주민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공갈못 전설은 못 둑을 쌓을 때 자꾸 무너져 ‘공갈이’라는 아이를 묻고 쌓은 결과 무너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런 슬픈 이야기가 인형극으로 생생하게 펼쳐지자 일부 주민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현재 전해지는 공갈못 전설은 여러 가지다.

공갈못은 바로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로 시작되는 연밥 따는 노래(채련요)를 탄생시킨 곳. 채련요는 경북 북부의 대표적 민요다.

주민 김옥화(56)씨는 “우리 지역에 이런 문화유산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공갈못이 복원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검면 주민들이 이 못을 문화유산으로 되살리는 운동을 펴고 있다. 인형극단 대표 오유미(37)씨는 “인형극을 통해 공갈못을 유명한 관광지로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부 15명으로 구성된 ‘공갈못 연밥노래연구회(회장 금춘화)’도 창단 발표회를 했다. 회원들은 그동안 채록한 공갈못 연밥 노래의 다양한 유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금 회장은 “공갈못 연밥 따는 노래는 남녀 간 연정을 노래한 가사로 보아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에 발생한 민요가 분명한데도 상주 모심기 노래로 잘못 알려져 마치 조선 중기 이후 발생한 노래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앞서 지난 8월 2일 노래·재즈댄스·무용 등을 선보이는 제1회 공갈못 연꽃문화제를 열었다. 비록 3시간의 짧은 문화제였지만 주민들은 이를 통해 공갈못 복원의 당위성을 알렸다.

행사를 주관한 공검면발전협의회 김영태(43) 회장은 “공갈못은 주변에 1700여 년 전 저수지 조성 당시의 지형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이어서 민간 차원의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해마다 문화제를 열고 축조 당시의 제방을 그대로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운동을 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운동은 복원 여론이 일면서 상주시가 2003~2006년 공갈못 옆의 논을 매입, 못 면적을 1만㎡(3000여평)에서 13만9000㎡(4만2000여평, 둘레 1.4㎞)로 늘리고 2007년 연(蓮)을 심으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공갈못=상주시 공검면 양정리에 있다. 제천의 의림지, 김제의 벽골지, 밀양 수산지와 더불어 삼한시대 4대 저수지의 하나로 꼽힌다. 한때 못의 둘레가 8㎞가 넘어 볶은 콩 한 되를 먹으면서 돌아도 콩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한다. 연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공갈못 구경을 못하면 저승에 가서도 돌려보낸다는 전설이 있다. 1964년 정부가 쌀 증산을 위해 못을 주민에게 분양, 농지로 바꾸면서 면적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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