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WBC 4강에 올림픽 금 땄지만 … 히어로즈 사태, 돔 구장 해프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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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상우 KBO 총재가 16일 물러났다. 지난 2006년 1월 KBO 임시 총회에서 선출된 뒤 2년11개월 만이다.

신 총재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낙하산 총재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비판은 받겠지만 야구를 망쳤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 말대로 지난 3년간 한국 프로야구엔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 이날 그가 언급했던 ‘좋은 일’ 중 하나가 바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과 그에 따른 선수들 병역 혜택 부여다. 정치인 출신 총재답게 수완을 발휘해 야구 규약에도 없는 특례조치를 얻어냈다. 그의 재임 마지막 해인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사상 두 번째로 5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사상 처음 야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쁜 일’이 더 많았다는 게 야구계 중론이다. 그가 베이징 올림픽 직후 측근들에게 실토했다는 ‘히어로즈 문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는 “(현대 사태의 해결을 위해) 히어로즈를 끌어들인 것은 정말 후회스러운 일이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KBO는 재정난에 빠진 현대 유니콘스 인수 구단을 찾는 과정에서 농협과 STX, KT 등과 협상하면서 설익은 발표와 엉성한 일 처리로 팀 인수를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결정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언론에 발표하는 바람에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대 인수의 최종 기착지는 ‘유령회사’ 소리까지 들었던 투자회사 센테니얼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1년 내내 히어로즈의 납입금 지연 납부, 히어로즈에 대한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의 후원 철회 같은 크고 작은 소동을 겪어야 했다.

돔 구장 건설은 또 어떤가. KBO가 하도 요란하게 홍보하는 바람에 기억에도 생생한 ‘안산 돔 구장’ 프로젝트는 첫 삽도 뜨기 전에 유야무야됐다.

신 총재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500만 관중’도 KBO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야구 팬들의 성원 덕분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왜 500만 시대를 KBO가 자랑하는가. 그건 류현진, 김광현 같은 젊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덕분이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KBO 무능행정은 지난달 ‘장원삼 트레이드’ 소동에서 하이라이트를 달렸다. 트레이드 승인 여부를 놓고 일주일씩이나 미적대는 바람에 구단 간 반목의 불씨를 제공하는 결과가 됐다.

신임 총재는 말보다는 실천, 우유부단보다는 결단력을 갖춘 인사가 돼야 할 것이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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