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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불상의 ‘슬픈 귀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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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을 떠났던 통일신라시대 국보급 불상들이 반세기 훨씬 넘은 세월 만에 슬픈 귀환길에 올랐다. 이들이 어머니땅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두 달 남짓.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이기에 이번 귀환이 더욱 슬프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바람에 날릴 듯 정교한 부처의 옷 주름과 온화한 미소까지 엄마 품을 떠날 때 모습 그대로다.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늘부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늘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특별전 ‘영원한 생명의 울림, 통일신라 조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백률사 금동불입상 등의 통일신라 시대 불상 200점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통일신라와 일본, 당나라 불상 17점 등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문화재는 이른바 ‘오구라 수집품’으로 불리는 금동관음보살 입상 등 금동불상 5점이다. 오구라 수집품은 일제 강점기 남성합동전기회사의 사장을 지낸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한 1100점의 한국 문화재 중에서도 1급에 속하는 문화재다. 그만큼 귀한 보물이다. 우리 정부는 1964년 한·일 수교 이후 오구라가 수집한 문화재들의 반환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처음부터 개인의 것이므로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구라의 수집품은 결국 1980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됐다. 환수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모두 6개의 주제로 구성됐으며, 제1~4부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통일신라 조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어 제5부에서는 통일신라 조각의 또 다른 전통을 보여주는 십이지상과 무덤조각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제6부에서는 경주 불국사 석굴암의 전모가 공개된다.

뉴스방송팀 송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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