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권말기 위기상황서 권력분점 양상 닮은꼴-노태우.김영삼, 김영삼.이회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등장은 권력이동의 본격적인 출발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이회창 카드'가 몰고올 상황을 잘 알면서도 불가피하게 선택한데 대해 청와대관계자들은 허탈해 하는 심정이다.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5년전과 비교하

면서 묘한 정치적 감흥에 젖어 있다.

6공시절 권력해체의 분기점은 92년 3.24총선이었다.당시 김영삼대표의 민자당은 3.24 총선에서 근소한 차로 졌다.金대표는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하지 않아 패배했다며 국면을 전당대회 개최쪽으로 바꿔 버렸다.총선패배에 따른 대표

인책론은 고개를 들 사이도 없었다.

90년말 내각제 각서파동 과정에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의 권력관리 허점을 파악한 YS는 대세론으로 盧대통령을 압박했다.당의 장악력은 청와대에서 YS로 넘어갔으며 盧대통령은 최소한의 통치권 유지를 위해 YS와의 권력분점(分占)이라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93년2월 청와대에 입성한 집권 민주계는 이 과정을 권력장악의 극적 드라마로 묘사하곤 했다.

한보 및 김현철(金賢哲)씨 파문은 역설적으로 金대통령에게 5년전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도록 분위기를 조이고 있다.

金대통령은 비상시국을 돌파하기 위해 당의 리더십을 일부 포기하고 이를 대표와 일정수준 공유하는,자존심이 상하는 관리구도를 인정했다.

사분오열(四分五裂)상태로 당을 끌어가기보다 이회창 대 반이회창 라인으로 양분하는 게 통치력 누수를 막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 것이다.청와대 관계자는“정치 9단의 실리(實利)감각은 그런 자존심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문제는

현상황이 민심 측면에서 보면 5년전보다 악화돼 있다는 것이다.盧대통령은 천문학적 액수의 부패를 교묘히 감췄지만 金대통령은 아들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盧대통령은 金대표와 민정계 사이를 오가는 이중 플레이로 권력의 공간을 지켰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권부(權府)에는 정권을 방어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

李대표의 등장으로 민주계가 비주류로 밀렸고 민정계는 金대통령의 권위를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李대표는 현철씨 문제를 법대로 해결하겠다는 순리론과 함께 대표직에 충실한다는 명분으로 청와대에 앞서 역할을 선점(先占)해 나갈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대선주자들이 현정권과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것은 통치권 이탈의 조짐

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철씨 문제만 수습하면 권력누수를 그런 대로 막는 金대통령의 대선주자 관리방안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그것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김심(金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새로운 권력이동 상황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보균 기자〉

<사진설명>

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후 14일 오전 처음으로 당사대표실에 출근한

이회창대표(에서 두번째)가

이상득정책위의장.신경식정무1장관.서청원원내총무와 손을 맞잡고

있다.강삼재사무총장은 이날 당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