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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잡아라>서울 백화점 상권-중앙일보, 이용실태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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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동작구흑석동에 사는 주부 김형련(36)씨는 남편 차를 빌려 1주일에 한번씩 한강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간다.을지로입구 도심지에 있는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다.

김씨가 사는 흑석동 인근에는 백화점이 없다.쇼핑하러'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하철을 타고 잠실이나 압구정동으로 나가려니 불편하고,버스를 타고 영등포로 나가려니 그것도 교통이 혼잡해 엄두가 안난다.그래서 생각해낸 것이'강북 쇼핑 원정'.자가용으로 달리면 의외로 빨리 강북으로 올 수 있어 쇼핑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본사 시장조사팀이 서울 각지역 주민들의 백화점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관악구민의 66.0%,동작구민의 48.8%가 김씨처럼 강북의 롯데본점과 신세계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1주일에 한번 정도 쇼핑하는데 많은 짐을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도 없고 결국 교통 편한 곳을 찾다보니 강북으로 가게됐다”고 말했다.최근들어 쇼핑 행태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우선'쇼핑 빈도의 감소'가

눈에 띈다.백화점 이용빈도를 보면 '한달에 한두번'이 28.0%,'서너달에 한두번'이 24.5%로'세일때만'의 26.9%와 합치면 79.4%나 된다. 〈관계기사 35면〉

또 하나의 특징은'자가용 쇼핑의 보편화 추세'다.쇼핑객 이동경로가 지하철 노선이 아닌'승용차노선'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주 쇼핑가는 것도 아닌데 자가용으로 편리하게 하자”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이고,그러다보니 차를 몰고다니기에 편리하고 주차시설이 잘돼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이른바 다리상권.방패상권.포켓상권.역세상권등 지역별로 독특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예컨대 김씨가 사는 동작구가 대표적인 다리상권이지만 이와 대칭되는 역(逆)다리상권도 있다.

성동.광진구가 대표적 사례다.이곳 주민들은 강북보다 잠실대교를 건너 롯데 잠실점(성동 18.2%,광진 51.2%)에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신촌과 영등포상권은'방패상권'으로 일컬을 수 있다.차량혼잡으로 도심으로의 유출인구를 '골목지키기'식으로 차단한다.차를 탈 경우 을지로보다 신촌이 훨씬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신촌의 그레이스백화점이 은평(28.9%).마포(59.7%).서대문(49.0%)구민들을 틀어쥐고 있다.

영등포권은 성산대교.양화대교의 혼잡 때문에 강서.양천.구로.금천구민들을 다른 곳으로 못넘어가게 한다.강서(31.2%)는 신세계,구로는 애경(54.2%),양천(34.1%).금천(48.4%)구는 롯데가 있어 방패막이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포켓상권이다.다른 구와의 쇼핑객 유출입이 매우 적은 곳이다.50만명가량 되는 이곳 주민들은 대다수(52.7%)가 미도파상계점을 이용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상권형성의 이같은 특성에 맞춰 향후 신규 백화점의 입주전략은 지하철역 주변의 값비싼 곳을 고집하기보다 자가용노선의 편리성,교통량,주차면적 확보쪽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행 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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