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정 투입 3200조원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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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간. 중국 저장(浙江)성 우시(無錫)의 시저우(錫州) 가든호텔 회의실에선 20여 명의 한·중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앙일보와 중국사회과학원 아태(亞太)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제2회 한·중 미래대화’ 회의장에서다. 회의는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양국 공조 방안에 초점이 모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장위엔(張宇燕) 아태연구소 소장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는 1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그랬듯이 외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협력을 강화하는 ‘위기 대응형 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후쿠오카 정상회담은 그 공조 체제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4조 위안(약 800조원)의 재정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6조 위안이 풀릴 것”이라며 “중국이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국제질서는 다극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외정책 수립에도 깊게 관여하는 장 소장은 그러나 “미국의 힘을 결코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미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유럽연합(EU) 등이 위기에 더 노출돼 있다”며 “향후 3~4년간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회 한·중 미래대화에 참가한 양국 전문가들이 경제 위기 속의 한·중 공조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우시=한우덕 기자]


중국사회과학원의 선밍후이(沈銘輝) 박사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대부분은 미국 등 역외 지역에 투자돼 있다”며 “한·중이 ‘외환투자기금’을 조성해 아시아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유 중인 외환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는 또 가장 실현 가능한 금융 협력 방안으로 공동 채권시장 개설을 꼽았다.

정환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 기업 간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한·중 기업들이 제3국 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두 나라 수출상품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을 감안해 무리한 경쟁보다는 전략적 공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국 간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중 FTA도 뜨거운 이슈였다. 양국 참가자들은 FTA의 조기 타결엔 동의하면서도 세부 방안에선 입장 차이를 보였다.

퍄오광시(朴光嬉)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FTA 대상국을 선정하는 첫째 조건은 정치·외교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중 FTA 체결은 경제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소장은 그러나 ‘경제적 득실이 한·중 FTA 체결의 핵심 사안’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양국 간 관세는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관세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FTA는 의미가 없다”며 “서비스 교역, 투자자 보호,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중국에 편향됐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중시하는 헤징(위험분산·hedging) 전략을 쓰고 있다”며 “중국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오후지(趙虎吉)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양국 간 존재하는 냉전적 사고가 정치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중이 양국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대화를 자주 열어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시=한우덕 기자

◆한·중 미래대화=중앙일보 중국연구소·통일문화연구소와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가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공동 주최하는 연례 포럼. 양국에서 각각 1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대정부 정책 건의를 제시한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대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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