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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증권사에 돈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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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이 증권사에도 본격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며 시중 금리 낮추기에 나섰다.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 때는 은행을 경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은행이 돈을 돌리지 않자 직접 돈이 필요한 곳에 파이프 라인을 대고 흘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한은은 15일 “이번 주 중 6조5000억원을 환매조건부증권(RP)을 사들이는 식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RP 매입은 은행과 함께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P 매입은 한은이 나중에 되파는 조건으로 금융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돈을 푸는 방법이다. 결국 채권을 담보로 시중에 단기 자금을 대는 것이다.

지난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개 증권사를 RP 매입 대상 기관에 새로 편입시켰다. 그간 한은과 RP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곳은 시중은행·외국은행 국내지점 19곳 외에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증권금융 등 두 곳뿐이었다.

한은 임형준 시장운영팀 차장은 “증권사들이 중개회사를 거치지 않고 한은에서 직접 단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투자 여력도 커질 것”이라며 “결국 채권시장으로 돈이 흘러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17일 가동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하기로 한 금융사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RP 매입을 실시해 1조8694억원을 우선 풀었다.

한은이 이처럼 전방위 자금 공급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시중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급매물이 사라지는 등 시장 기능이 서서히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위험을 피해 국채로만 몰리던 자금이 은행채와 회사채로 방향을 틀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금리는 10일 8.86%에서 15일 8.32%로 하락했다. 3개월물 기업어음(CP) 금리도 같은 기간 7.12%에서 6.99%로 떨어졌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헐값에 나오던 급매물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채안펀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으리란 기대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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