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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69조원 금융사기 … 국내선 800억원대 투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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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초대형 금융 사기 사건의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현지 주요 언론은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가 50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생명·사학연금 등 국내 금융사와 연기금도 여기에 투자해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버나드 매도프(70)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의장이 금융 사기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극(일명 ‘폰지 사기’)을 벌인 혐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를 운영하면서 투자 자문 명목으로 거액 자산가와 헤지펀드·기관투자가의 돈을 끌어 모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자들은 매도프가 월가 경력이 50여 년에 달하는 유명 인사인 데다 그동안 연 8~12%의 고수익을 지급해 왔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맡겼다. WSJ는 미국 금융사는 물론 프랑스계 은행인 BNP파리바와 일본 노무라홀딩스도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유명인 중에선 프로야구 뉴욕 메츠의 소유주인 프레드 윌폰과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회사인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이 피해자 명단에 포함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매도프와 73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해 온 헤지펀드 ‘페어필드 센트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어필드 센트리는 국내 금융사와 연기금이 많이 투자한 펀드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이 3000만 달러를 직접 투자했고,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한국·한화·삼성투신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이들 운용사를 통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액은 약 2600만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학연금은 이날 한국투신운용(59억원)과 하나UBS자산운용(65억원)을 통해 총 124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투자액을 모두 합치면 8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공식 집계가 이뤄지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페어필드 센트리의 모회사인 ‘페어필드 그리니치 그룹’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정확한 손실액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고 밝혔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담당자는 “ 페어필드 측에서 투자자 보호 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아직 피해 규모를 단정 짓긴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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