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연차 수사 … “정대근 자금 추적 마무리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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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4일 박연차(63·구속) 태광실업 회장을 불러 세종증권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의 내부자 정보 이용 의혹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반드시 사실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5년 6~8월 세종증권 주식 105억5000여 만원어치를 사서 같은 해 12월 집중 매도했다. 살 때 평균 주가는 주당 4000~6000원대였고, 판 가격은 1만2000~1만8000원이었다. 박 회장은 본인과 부인 명의로 87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또 차명으로 83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내 모두 170억여원을 벌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대근(64·구속) 전 농협 회장이나 농협 관계자로부터 인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막대한 이득을 얻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농협은 박 회장이 주식을 사들이던 시점인 2005년 7월 초 세종증권을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정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박 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태광실업의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박 회장은 홍콩을 조세 피난처로 삼아 차명으로 A사를 만든 뒤 해외 계열사와 원자재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685억여원의 배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과 정대근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는지를 캐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받은 50억원의 흐름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을 관리한 남경우(64·구속) 전 농협축산경제 대표로부터 “30억원은 투자 자문사인 IFK의 지분 30%를 매입했고, 20억원은 경남 양산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추적은 마무리 단계이며 정치인이 연루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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