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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등대, 불 밝힌 지 10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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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0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등대.

등대 옆에 꼬리로 지구를 감싼 호랑이 석상이 새로 세워졌다. 포항해양항만청이 오는 20일로 점등 100주년을 맞는 호미곶등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다. 호랑이 꼬리라고 호미곶인데 그 이름에 맞게 새로 만들었다. 한반도의 동쪽 땅끝에 우뚝 선 8각형의 호미곶등대도 최근 흰색 덧칠 단장을 마쳤다.

이강일(53) 항로표지관리소장(등대장)의 안내로 26m 높이의 등대를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대신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비좁은 철제 계단을 통해서다. 17계단씩 6층으로 돼 있다. 각층 천장에는 흰 바탕에 선명하게 꽃 그림이 보인다. 이 소장은 “대한제국의 황실 문양인 오얏꽃(李花文)”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등대=이 등대는 본래 일본의 요구로 세워졌다. 1901년 일본수산실업전문대학 실습선이 대보 앞바다를 항해하다 암초에 부닥쳐 승선자 전원이 몰살했다. 일본은 대한제국의 해안시설 미비로 사고가 났다며 우리 예산으로 등대 건립을 요구한 것. 이 소장은 “등대 건립은 설계는 프랑스가 건축은 중국이 맡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등탑의 출입문과 창문은 그리스 신전의 양식을 본땄다. 다국적 건축물인 셈이다. 등대는 1908년 4월 착공돼 그해 11월 준공됐고 12월 20일 첫 불을 밝혔다. 이후 등대는 단 한번도 꺼진 적이 없다. 국내에서 12번째로 100년을 맞는 등대다.

한반도의 동쪽 끝에 세워진 호미곶등대의 모습. 2002년 장기곶등대에서 호미곶등대로 이름이 변경됐다. [포항해양항만청 제공]


등대 꼭대기에 오르자 동해의 수평선은 물론 땅끝마을까지 사방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꼭대기에선 문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고 한다.

등대에 사용되는 전구는 700w짜리 하나. 400w 가로등보다 조금 더 밝다. 하지만 고성능 렌즈 덕분에 불빛은 27마일(40여㎞)까지 다다른다. 주기는 12초에 한번씩 깜박거린다. 등대가 켜지고 꺼지는 것은 일광센서의 작동으로 자동 처리된다. 이날은 오후 5시30분쯤 등대가 커졌다.

호미곶등대 앞바다는 포항항으로 들어오는 배와 러시아로 가는 배가 서로 진행 방향을 바꾸는 곳이라고 한다. 큰 배들의 길을 인도하는 주요한 등대다.

◆해맞이광장서 100돌 행사=포항해양항만청은 19일 오후 2시 등대 옆 해맞이광장에서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점등 100돌 행사를 한다. 해병의장대와 국악·가요·난타 등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또 등대 뒤편 국립등대박물관에서는 ‘호미곶등대 10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2002년 새로 지은 등대박물관은 세계적으로 4곳 뿐인 등대 전문 박물관이다. 올 들어 관람객이 벌써 40만이 넘었을 정도로 동해안의 명소가 됐다. 이날 특별전시실엔 100주년 전시가 준비 중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에 남아 있는 우리의 옛 등대인 현무암 도대불 모형이다. 하지만 호미곶등대 관련 자료는 몇점 되지 않았다. 이문희(54) 등대박물관장은 “그래서 이번 전시는 호미곶등대에다 영일만과 포스코의 역사를 함께 전시한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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