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가옥 금가고 기울어 대형사고 우려- 부산.마산.목포.제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국 각지의 매립지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불안하다.지난 1일 오전 목포시내 매립지에 세워진 건물 지반이 내려앉고 벽이 갈라지는등 해빙기를 앞두고 곳곳에서 대형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주요 매립지 건축물의 안전문제를 일제 점검해본다. [편집자註]

◇마산지역=20만4천평에 달하는 마산항 매립지는 땅꺼짐 현상으로 2~3년전부터 일부 건물이 기울기 시작하고 매립지 밑을 지나는 하수관등 지하시설물이 파손되면서 바닷물이 역류하는등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마산시 의뢰로 안전진단에 나선 대한토목학회는 지난해 5월 신흥빌딩 83㎝,백령빌딩 45㎝,피라미드빌딩 30㎝,동방빌딩 46㎝가 각각 기울어 사용불가능하므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또 총연장 29㎞의 지하관중 매립지를 통과하는 8㎞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관로이음새가 벌어지거나 부서진 곳이 70여곳으로 드러났다.

철거대상 4개 건물중 동방빌딩만 지난해 6월 철거됐으며,나머지 3개 건물 건물주들은 바로세우기를 통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마산시에 철거명령 취소를 요청해놓은 상태.

건축주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마산시는 바로세우기를 통해 건물의 안전등급이 B등급 이상일 경우 철거명령 취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마산시의회는 지난해 8월 마산만 매립지 부실여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현재 감사가 마무리 단

계에 있다.

◇목포지역=1일 0시쯤 목포시산정동 황용배씨의 4층 주상복합건물(연건평 1백27평)이 뒤쪽으로 5도 기울고 유리창이 깨지며 건물벽에 균열이 생겨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목포시는 이번 사고가 연약한 지반에 대형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축주가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12일 철거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에는 이 건물 맞은 편 권용호씨의 5층 건물이 지반침하로 50㎝가 기울어 6개월간 안전진단과 긴급보수 명령을 받아 보강공사후 현재 건물을 사용중이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백만평이 넘는 전체 매립지에 인구의 70%가 몰려 사는 목포시내엔 90년대초부터 4,5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일부 건물의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고 건물벽에 금이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매립지에 세워진 이들 건물은 지하 암반층에 파일을 박고 철근을 촘촘히 써야 하지만 건물주가 비용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현장 작업인부 崔모(41)씨는“파일을 정상적으로 박으면 파일 윗부분이 망치에 맞아 뭉개져 있어야 하는데 멀쩡한 파일이 많다.이는 파일을 제대로 박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산지역=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녹산국가단지.명지주거단지등 두곳.한국토지공사가 낙동강 하류 부산시강서구녹산동 앞바다를 메워 조성한 녹산국가공단(2백10만평)은 당초 95년말 완공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이 가라앉아 준공을 2년 늦

춘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현재 공정 80%.

설계상으로는 1백31㎝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계산됐으나 실제 최고 2백98㎝까지 침하되고 있다.이에따라 공사측은 4백20만입방(15트럭 52만5천대분)의 흙과 모래를 더 갖다 부을 예정이다.

이처럼 준공이 늦어지자 공장을 짓기 위해 분양받은 7백9개 업체중 3백70개 업체가 해약했다.결국 공장용지 55%를 다시 분양해야 할 형편이다.

또 1만2천평을 분양받아 3천평 규모의 공장 2개를 짓고 있는 자동차시트 제조업체인 동성기공(대표 강대승)은 지하 50 깊이로 철제 파일을 박는등 기초를 단단히 하느라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건립비도 더 들어가게 됐다.

녹산공단 배후 주거지로 조성중인 명지주거단지도 녹산공단과 비슷한 상황.

부산시가 인구 5만명을 수용하기 위해 낙동강 하류를 매립한 55만8천평의 이 단지는 현재 전체공정 65%에 그친 상태다.

부산시는 단지 조성공사가 늦어짐에 따라 올해 6월까지인 사업기간을 98년말까지 1년6개월 연장했다.이 때문에 매립공사와 아파트 건립이 늦어지고 주민들의 아파트입주 차질등 여러가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기타지역=82년 제주시 산지천을 매립한 땅에 건물 14개동(건평 2천여평)이 들어섰으나 대한토목학회 안전진단 결과 붕괴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95년 9월 1백34가구가 강제퇴거된 가운데 철거공사를 하다 지난달 A동 건물 4백

여평이 붕괴되기도 했다.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