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어린이 남부 탈출행렬- 한경환 특파원 알바니아 티라나市 르포 4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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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알바니아 무장폭동 10일째를 맞은 9일 수도 티라나는 마치 역병에 짓눌린 회색도시를 방불케 했다.

반정부 무장세력들에 대해 48시간내 투항을 촉구한 살리 베리샤 대통령의 최후 통첩시한(한국시간 9일 오후2시)이 종료됨에 따라 정부군이 반군에 대한 대대적 공격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군이 이미 반군들의 주요 거점지역인 남부 블로러와 타펠레나시로 통하는 주요 도로들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속에 무정부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남부지역에서는 수백명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육로.해로를 통해 소요지역을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사태의 긴박성을 더해주고 있다.

티라나의 오이로파 파크호텔등 외신기자들이 몰려 있는 장소에는 이날 사란더시에서 1백50여명의 부녀자.어린이들이 소형 여객선을 타고 그리스의 코르푸섬을 향해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스 기자들은 드디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고 막 사란더에서 돌아온 한 이탈리아 기자는 또다른 수십명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그리스 국경검문소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티라나시 중심가 미니리호텔에서 만난 파트미르는“민주당 정권이 사기 금융회사들의 영업을 허가하고 국민들의 돈을 떼먹은 회사들과 사실상 정치적 결탁을 한 것이 드러나 민주당을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유혈사태를 우려했

다.

또다른 시민 슈테핌 제민은“지난해 선거때 민주당이 부정선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집권해야 더 큰 손해를 보지 않을 것같아 민주당을 지지했다”며“이제는 더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어 하루속히 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을 심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교적 온건한 제민과는 달리 토스크 방언을 쓰는 남부 사란더.블로러시등에서는 이러한 온건론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남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무장시민들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의 비상행정기구를 구성했고 8일엔 기로카스터르시에 입성,전 국토의 3분의1이상이 넘는 남부 7개 도시를 장악했다.

티라나에서 만난 반군지지 시민 튜기는“미국이 사란더시와 인접한 그리스 해군기지에 전함 2척을 파견한 것은 베리샤가 무력진압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압력”이라며“베리샤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외엔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

다.8일 티라나시에서 만난 야당인 사회당의 아르타 다데(여)대외협력부장은“집권 민주당등 정부당국자들과 야당계 인사들이 현재 사태수습을 위한 여러 채널의 대화를 진행중이나 민주당은 구두로만 약속하고 문서로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

했다.

그녀는“정부는 우선 남부지방과의 자유로운 통화.통행을 보장하고 하루빨리 중립적인 거국내각을 출범시켜야 하며 이것만이 격분한 국민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바니아 관영 ATA통신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이유로 야당이 베리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설명>

칼 든 아이

8일 알바니아 시위대측이 무기를 반환하면 45일내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베리샤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가운데 사란더시 중심부 광장에 모인 시위

군중속의 아이들이 칼과 곤봉을 흔들고 있다. [사란더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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