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미디어세계 합종연횡 바른 이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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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날 미디어의 세계는 그야말로 지구적(地球的) 규모의'합종연횡(合縱連衡)'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러한 움직임은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파고(波高)를 몰아 오고,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으로 보아

틀림없을 것같다.

흔히 합종연횡이라고 하면 중국의 고사(故事)적인 측면만 생각하기 쉬운데,그것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적 규모의 국가전략 또는 기업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중국 전국시대에 소진(蘇秦)에 의해 주창된 합종설(合縱說)은 강대국 진(秦)나라에 대항해 한(韓).위(魏).조(趙).연(燕).제(齊).초(楚)의 여섯 나라가 공수동맹(攻守同盟)을 맺어 대항해야 한다는 전략을 일컫는 것이고,장의

(張儀)에 의해 주창된 연횡설(連衡說)은 여섯 나라가 연합해 강대국 진(秦)을 섬김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찾자는 전략을 일컫는 것이다.

오늘날 미디어의 세계에서 누구와 어떻게 합종하고 연횡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 사활(死活)을 가름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싶다.이런 측면에서 나는 빌 게이츠.손정의(孫正義).루퍼트 머독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점

을 이미 강조한바 있다.그런데 최근 이들의 움직임에 관련한 보도에서 우리 신문이 보여준 자세는 실망스런 것이 아닐 수 없었다.특히 내가 실망한 까닭은 두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지난주 손정의와 머독이 일본에서 TV아사히의 주식을 모두 되팔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소극적 또는 부정적인 풀이로 일관했다는 점이다.또 하나는 지난주 게이츠의 옛소련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구입계획을 거의 기사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의 ICBM 구입

특히 게이츠의 옛소련제 ICBM 구입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이 본격적인 위성비즈니스에의 참여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점에서 세계적인 충격을 주는 사건이라고 봐야 할줄 안다.이것은 결국 이른바 지상파(地上波)방송과 위성(衛星)방송,그리

고 컴퓨터업계의 상호 연계및 침입의 대규모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게이츠의 계획에 따르면 옛소련제 ICBM을 구입하는 이유로 두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2000~2001년 사이에 지구에서 불과 7백㎞의 저궤도(低軌道)위에

8백40기(基)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라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위성방송이나 위성휴대전화는 물론 전세계 어디서나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둘째,통신위성 발사용 로켓으로 미국제 ICBM을 개량해 사용하는 비용과

옛소련제의 비용을 비교할 경우 후자가 전자보다 4분의1 내지 5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미 게이츠와 러시아,그리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와 관련,구체적

인 교섭에 들어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孫.머독 株판매 誤導

손정의와 머독이 TV아사히 주식을 지난해 6월 매입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것을 되팔았다는 사실은 얼핏 보기에 그들의 계획에 어떤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지난주 손정의.머독,그리고

아사히(朝日)신문의 마쓰시타 무네

유키(松下宗之)사장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TV아사히

주식을 되판 것은 아사히신문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임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일본 매스컴에 대한 외국자본 진입의

좌절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해선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손정의.머독.마쓰시타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말들을 곰곰 되씹어 보면

이른바 미디어의 세계에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그런 측면에서 이번 일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대해선 반대

와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나는 도리어 위성방송인 JskyB에

아사히신문과 TV아사히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와 협력을 하리라고 보는

입장이다.왜냐하면 신문으로서의 아사히 입장에서 보면

미디어복합체(複合體)로서의 장기(長期)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JskyB와의 협력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또 이와 관련,머독이 앞으로의 협력에 있어 TV아사히보다

아사히신문의 중요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힌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신문,지상파방송,위성방송의 기능과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제 커다란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인쇄매체로서의 신문에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다.방송매체도 다른 하

이테크 매체의 엄청난 도전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2000년대로 가는 길에는 분명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터이고,그것은 미디어의 세계에서도 커다란 위상(位相) 변화와 시장

재편성을 예고해 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가 예외일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차원에서의 이른바'합종연횡'을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당위(當爲)인 것같다. 이 규 행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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