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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다양한 미적 체험, 공교육으로 확장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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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06면

1 4일 복합문화공간 ‘크링’에서 열린 LCI 일일 워크숍은 국내 예술강사(TA)들이 LCI의 통합교과형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어딜 가나 아이들은 아이들이에요. 생동감 있고 에너지가 넘치죠. 예술교육에서 확인되는 아이들의 가능성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링컨센터 인스티튜트 TA 진 테일러)지난 5일 서울 원당초등학교의 한 교실. 마룻바닥에 앉은 아이 10여 명이 깔깔 웃으며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방과후학교 ‘어린이 창의 ARTs-Tree’ 수업의 10주차 마지막 날. 서로 ‘칭찬 꽃’을 꽂아 주며 만들어지는 ‘칭찬 꽃밭’을 외국인 몇몇이 흥미롭게 바라봤다.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 인스티튜트(LCI)의 스콧 브랜든 소장을 비롯한 예술강사(Teaching Artist·TA)들이다. 이들은 서울문화재단 초청으로 12월 3~5일 ‘LCI 초청 심포지엄 및 연계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링컨센터 인스티튜트, 서울문화재단 방과후학교 탐방

서울문화재단 연극 분야 TA 우경주씨의 지도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그동안의 연극 수업을 되짚어 보면서 마무리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놀이하듯 장난치고 딴짓을 하던 아이들은 10주간의 수업 동안 표현력이 꽤나 늘었다. 우씨는 “처음엔 낯을 가리고 소극적이던 아이가 ‘내 마음이 빛나는 빨간 사과 같다’는 말을 자연스레 하는 것을 보며 깊이 감동했다”며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새 부쩍 자라고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을 참관한 브랜든 LCI 소장은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적 체험(aesthetic experience)을 넓히는 과정을 참관하게 돼 유익했다”며 “방과후학교가 아닌 공교육 틀 내에서 담임 교사나 교과 교사와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확실할 것”이라고 평했다.

2 5일 원당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예술교육을 LCI 관계자들이 참관하고 있는 모습

선진 예술교육의 메카로 알려진 LCI가 한국 예술교육 현장을 찾은 것은 서울문화재단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방과후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해 온 서울문화재단은 교육 프로그램의 모태를 LCI에서 찾았다. 매년 일정 수의 예술가·행정가를 LCI 워크숍에 보내 예술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연수하게 했다. 그들이 다시 서울문화재단 TA에게 교육론을 전수하면서 방과후학교의 예술교육은 지금의 기틀을 잡았다. LCI로선 그들의 워크숍이 한국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처음으로 확인한 셈이다.

4일 서울 대치동의 복합 문화공간 크링(Kring)에선 LCI 워크숍을 ‘맛보기’ 하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뉴욕에서 날아온 연극배우 출신 TA 진 테일러가 한국의 방과후학교 전문강사·TA 30여 명을 대상으로 일일 워크숍을 펼친 것이다. 최소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는 LCI의 워크숍에서 알맹이만 뽑아 진행된 이날 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통합 예술교육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어린 시절 엄마의 기억’을 주제로 노래를 흥얼거리고(음악), 동작을 표현하고(연극·무용), 간단한 조형물을 제작했다(미술). 이 주제와 관련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까지 포함한 프로그램 전체는 미적 체험을 통한 상상력 학습(imaginative learning)에 맞춰졌다.

수업에 참가했던 전통예술 분야 TA 박준씨는 “최근 초등교육이 통합형 교과를 지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 방식으로 예술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는 통역을 거쳐야 했던 수업 진행의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한국의 TA들이 예술교육을 이해하는 태도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엔 가수 유열씨가 개인 자격으로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예술을 통한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서로 다른 걸 표현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며 “선진 예술교육의 장점을 흡수해 창의력과 표현력을 넓혀 주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2009년 상반기께 남산 기슭의 드라마센터를 리모델링하는 대로 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LCI와 공식 제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예술교육 지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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