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들어 낸 동화는 작은 기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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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08면

베스트셀러 동화 작가 고정욱(48·사진)씨는 이번 ‘장애청소년 동화책 만들기’를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함께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푸르메재단에 ‘동화책 만들기’란 아이템을 제안했다. 그 자신이 소아마비에 걸린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교육과정 내내 담임선생 역할을 맡았다. 지금까지 장애청소년들의 동화작업을 그는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장애청소년 동화작업 지도한 고정욱 작가

-장애청소년에게 동화책 만들기란 어떤 의미인가.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동화야말로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화책 작업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

-책 만들기는 비장애인도 쉽지 않은 일인데.
“솔직히 처음엔 책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장애인이라 잘 알지만, 장애아들의 특성인 끈기 부족도 염려스러웠다. 13명 중 적어도 4~5명은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잘 따라와줬다. 지금까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았다. 농담 삼아 ‘다음엔 안 와도 돼’라고 말했더니 다들 ‘안 돼요. 끝까지 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같은 장애인인 선생님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롤 모델이 돼 준 것 같다. 아이들이 모두 내 책을 읽고 왔다고 했다. 나도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느꼈다. ‘저 아이는 안 될 거야’라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간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장애도, 성격도, 나이도 모두 달랐다. 게다가 글짓기 교육이 전혀 안 돼 있었다. 일부 아이는 시인 선생님이 개인 보충강의를 해서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청각장애 청소년들은 지도교사가 수화통역까지 동원해 가며 수업을 진행했는데 토론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장애아들의 꿈은 비장애아들과 어떻게 다른가.
“꿈을 꾸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 장애청소년도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 이들은 무언가를 할 수 없는(disabled)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different abled) 사람들이라고 불려야 한다.”

고 작가는 생후 11개월에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됐다. 그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다. 친구들의 차별과 조롱을 모두 견뎌내며 성장했다. 초·중·고 12년 동안 그를 업고 다닌 어머니의 정성 덕분에 12년간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고3 때 의대에 지원했지만 장애인이라 입학할 수 없었다. 대신 택한 것이 국문학이다. 그는 국문학 박사까지 마쳤다. 70만부가 팔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 동화책을 포함, 지금까지 약 130권의 책을 썼다. 인세만도 연간 1억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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