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불씨 안은 정치적 타협- 與野 노동법 타결의 배경.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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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동법은 여야 모두에'뜨거운 감자'였다.7일의 협상은 처음부터 살얼음판이었고 당지도부와 협상당사자의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등 곡예를 거듭했다.

여야는 지난달 28일의 1차 협상이 결렬된 마당이어서 부담이 컸다.협상당사자가 여야의 정책위의장과 진념(陳稔)노동부장관으로 격상된 것도 이런 때문이었다.세부조항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말고 정치적 타결을 보자는 의미였다.여야의 절박함

을 반영하듯 협상에서는 예상보다 쉽사리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제였다.이 조항은 지난달 28일 국민회의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과 陳노동부장관이 담판을 벌여'정리해고 인정,2년간 유예'로 합의했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동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 백지화된 사항이다.협상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일 경우 정리해고는 인정하기로 했다.세부적으로는 야당은 노사합의,여당은 노사협의가 사전에 필요하다는 주장이고 기업의 인수.양도.합병의 경우에는 어

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일치가 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단 틀은 잡아놓았다.변형근로는 원안대로 하되 하루 근로시간 상한을 두는 선에서 조정됐다.노조전임자 급여는 5년간 기금조성을 한뒤 실시하자고 했지만 정부가 기금조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도출하자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따라서 해고근로자의 조합원 자격문제나 직권중재가 가능한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등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조항들도 결국은 타결될 것이라는게 여야 협상 책임자들의 말

이다.

또 6일의 여야 실무소위에서 '무노동 무임금'과'대체근로'라는 큰 걸림돌을 이미 넘어선 상태여서 여야가 첨예하게 맞부딪쳤던 조항들 대부분은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법은 내용상으론 합의를 해놓고도 절차상의 문제와 야당 내부의 알력으로 통과 일자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재계와 노동계의 움직임이다.

민주노총등은 여야가 전교조 문제는 아예 의제로 삼지도 않았다는 사실등을 들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재계 역시 정리해고 2년 유예등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이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노동법은 제2의 파동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노동법은'21세기 신노사 관계의 정립'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정치권과 경제.노사 모두에 언제 재발될지 모를 깊은 상처만 남긴 셈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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