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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가정 잇단 파탄- 교장퇴임 70대 아들이 95세노모 때려 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치매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칠순 아들이 95세 치매 노모를 주먹으로 때려 결국 숨지게 했는가 하면 5형제가 서로 치매 어머니를 모시지 않으려다 싸워 그중 3형제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6일 서울 노량진경찰서 강력1반 사무실.44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85년 경기도 이천의 한 초등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朴모(75.서울동작구노량진동)씨가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조사받고 있었다.

치매를 앓던 노모(95)가 5일 새벽 화장실을 찾아 집안을 헤매다 안내하던 부인(74)과 함께 현관 밖으로 굴러 넘어진게 발단.잠자리에서 뛰쳐나온 朴씨는 부인 보기가 민망스러웠는지 그만 노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말았다

.얼굴에 피멍이 든 노모는 그 길로 시름시름 앓다 이날 오후6시쯤 숨을 거뒀다.노모는 그동안 둘째 아들이 모시고 살았으나 두달전 아들이 숨지는 바람에 장남인 朴씨 집으로 옮겨왔다.

한편 5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는 5형제가 나란히 앉아 조사를 받고 있었다.피해자인 장남 李모(53.공무원.서울구로구오류1동)씨가 고개를 들지 못한 반면 폭력 피의자로 붙잡혀온 李씨의 동생 4명은 오히려 당당한 태도였다.

5형제의 갈등은 93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는 어머니(73)의 부양문제였다.

李씨의 동생 4형제는 4일 오후 함께 술을 마시며 한두달씩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는 자신들에 비해 맏형인 李씨는 방관만 하고 있다고 성토하다 5일 자정쯤 李씨 집으로 몰려갔다.그러나 李씨가 문을 잠그고 전화마저 끊어버리자 이들은

홧김에 벽돌등으로 유리창과 출입문을 부수고 화분을 던지는등 소란을 피웠고 결국 형 李씨가 경찰에 신고했던 것.

동생들은 경찰에서“5남1녀중 형만 어머니에게 무관심했다.1월초 형의 집에 잠시 머무르던 어머니의 손과 팔에 이빨자국이 나있는가 하면 머리카락이 한웅큼 빠져있는등 학대의 흔적이 있었다”며 목청을 높였다.

李씨는“동생들이'1천만원만 주면 어머니 부양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해 각서까지 써줬다”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또 담당 경찰관 姜모경장은“모두들 치매 어머니를 모시기 싫어하는 것같은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며 혀를

차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노인 수는 어림잡아 10여만명.

전문가들은 점차 개인 이익이 우선하는 사회흐름을 타고 현대인들이 전통적인 가치관을 잃고 있는데다 치매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전문 요양기관의 절대부족(전국에 3곳,6백명 수용)등이 맞물려 이같은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정창수(鄭昌秀.56)교수는“부부 중심의 가족관이 형성되면서 노인들은 갈수록 심각할 정도로 국외자가 돼가고 있다.가족사랑이 가장 좋은 해법이겠지만 이제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나서 효(孝)정신을 되새겨봐야 할때”

라고 지적했다. 〈김기찬.문석.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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